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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n 28. 2020

'#살아있다', K-좀비영화의 다른 얼굴


▲ <#살아있다>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 #살아있다 >가 개봉한 지난 24일 오후 CGV왕십리. 코로나19 이후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눈에 띄게 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고, 대부분이 '젊은' 관객들이었다. 모처럼 영화관 안에 활력이 느껴졌다고 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문화의 날' 할인 시간대의 영향, 더하기 개봉 전 압도적인 예매율을 자랑한 'K-좀비' 영화 <#살아있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풍경이라 할 만 했다. 그리고 98분이란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앞좌석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여주인공은 거기서 왜 그런 거야? 이해가 돼?"

"아니 나도 이해는 안 되는데, 다른 장면도 똑같지 않아?"


상영관의 조명이 켜진 직후, 앞좌석에 앉은 커플이 격분에 가까운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아야 20대 중반 남짓인 이 커플은 주거니 받거니 영화 속 궁금증을 묻고 답하는 와중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을 서로에게 털어 놓는 듯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한참 동안이나, 어느 대학 토론수업 강의실에서도 볼 수 없을 격렬하고 열정적인 '텐션'을 자랑하며.


코로나19 시대를 뚫고 당도한 < #살아있다 >가 극장가의 활력을 불러 넣고 있다. 개봉 일에만 20만 4천 명을 동원했고, 26일까지 누적 관객을 50만 9천 명으로 늘렸다. 개봉 전 70%대를 훌쩍 넘겼던 예매율은 50~60%대로 떨어졌지만, 16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하며 이번 주말 100만 관객 돌파를 예고하는 중이다.


'무플'보단 '악플'이라고 했던가. 왕십리에서 만난 커플의 논쟁에서 엿봤듯, 개봉 후 < #살아있다 >의 실관람평(CGV 골든에그 지수)은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호러' 효과를 장착한 장르임을 감안하더라도, < #살아있다 >에 대한 호불호는 개봉 직후 뚜렷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반응마저도 흥미롭다. '좀비영화라서 괜찮아'란 요소와 '좀비영화여도 힘들어'와 같은 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설정, 빼어난 오프닝


예고편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 #살아있다 >와 영화적 쌍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영화 <얼라이브> 얘기다. < #살아있다 >는 미국의 각본가 맷 네일러가 2011년 쓴 시나리오 'Alive'를 원작으로 삼았다고 알려졌다. 크레딧엔 맷 네일러가 각본을, 영화를 연출한 조일형 감독이 각색으로 기재돼 있다.


미국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아직 공개 전이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트레일러'도 완성판은 아닌 듯 했다. IMDB엔 이 영화의 예산이 4백만 달러라 기재돼 있다. 할리우드 기준으로 '초초저예산'이다.


애초 < #살아있다 >의 원제였다는 'Alive'의 1분짜리 영상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좀비가 창궐한 동네에 뛰어다니는 좀비 떼의 괴이한 움직임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미국식 '아파트'를 사이에 두고도 건너 갈 수 없는 두 남녀 주인공의 물리적 거리감이 무척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손 내밀면, 아니 단 1분만 뛰어가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리의 이성에게 다가갈 수 없는 그 안타까움이라니. 이게 다 좀비들 때문이다. 


<러브 액츄얼리>처럼 스케치북 글자로 인사를 나눈다거나, 주인공의 고립감이 강조된다거나, 갑자기 집 안으로 출몰한 좀비와 사투를 벌인다거나 하는 설정 역시 매력적이긴 매한가지고. 그 짧은 장면의 편집만으로도 '부지불식간에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나 홀로 남겨진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란 빛나는 설정에 공감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 #살아있다 > 역시 이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들로 출발, 위에 언급한 장면들의 현지화가 이어진다. 먼저 빼어난 오프닝이 눈과 귀를 호강시킨다. 게임에 몰두하던 청년 오준우(유아인)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창밖으로 내다 본 아파트 단지엔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고, 그때부터 고립된 한 인간의 분투기가 펼쳐진다.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 아니, 좀비가 된다. 자신은 멀쩡하다던 이웃집 남자 또한 어느새 좀비로 변해 버리는 현실 앞에, 절망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으랴. 잠깐 나간다던 엄마는 연락이 두절됐다. 절망감을, 고립감을 이겨내야만 한다. 라면 한 개, 생수 한 병이 소중하다. 좀비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 <#살아있다>박신혜 ⓒ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치 게임 속 스테이지처럼


좀비가 출몰한 이유 따위 그리 중요치 않다. 영화의 주된 관심은 고립된 준우의 생존기다. 영화 <숨바꼭질> 이후 한국의 아파트 생활이 가장 주요하게 부각되는 < #살아있다 >는 '준우의 '나 혼자 산다'로 전반부를 채운다(사실 아파트에서 시작해 아파트에서 끝나는 영화다).


반전의 계기는 반대편 아파트에서 살아남은 김유빈(박신혜)의 등장. 두 사람은 워키토키를, 레이저 포인트를, 산악용 로프를, 준우의 드론 등을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식료품을 건네고, 서로를 격려하며 살길을 도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살고 싶으니까 살아 있는 것"이란 유빈의 대사는 오롯이 영화의 주제로 자리매김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위기를 느낄 때 바깥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킨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영화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변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제작사가 밝힌 원작자의 의도다. < #살아있다 >가 이 현대인의 고립감을 영화적으로 근사하게 은유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좀비 장르를 빌려와 시종일관 그 고립감이란 테마를 전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 원작자의 2011년 각본이 어떻게 '한국화', '지역화'를 이뤄냈을 지를 상상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2020년을 사는 한국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또 어떤 지점에 꽂히는지를 '관찰'하는 재미 말이다. 반면 이 아파트에서의 생존기가 현실감은 고조시킬지언정 얼마나 영화적 상승작용을 일으키는지는 사실 의문이다. 


좀비가 등장할 때와 등장하지 않을 때의 온도차, 즉 개연성의 문제가 영화 곳곳에 지뢰밭처럼 설치돼 몰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사실 준우의 '나 혼자 산다'란 고립의 설정이나 아파트 단지에 출몰한 좀비 떼란 설정 모두 좀비물이란 장르적 기반 위에 지금, 여기의 현실감이 강조되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주제 의식과 연결돼있는 그러한 설정과 달리 < #살아있다 >는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을 상쇄하며 자꾸만 장르적 관습에 기대는 우를 범한다. 준우에게 공감을 몰아준 결과, 유빈의 캐릭터 또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려 버리기는 마찬가지.  종잡을 수 없는 좀비의 행동 양식을 포함해, 주인공들의 '액션' 역시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도 의문이고. 


결과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준우의 분투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마치 아이템과 캐릭터의 능력치를 활용하는 게임 속 스테이지를 연상시키고, 영화는 이를 연장시키는 장면의 연쇄처럼 다가온다. 게임에 친숙한 세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일 텐데, 비슷한 장르의 앞선 작품들과 비교될 운명 또한  < #살아있다 >가 뛰어넘을 관문으로 보인다. 

   

▲ <#살아있다> 스틸샷 ⓒ 롯데엔터테인먼트

 

'K-좀비'가 어느새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역으로 해외 관객들까지 <부산행>과 드라마 <킹덤>에 환호하면서, < #살아있다 > 역시 앞선 작품들의 후광효과를 얻은 측면이 없지 않다. 이 작품 역시 속도감 넘치는 좀비의 형상화란 측면에서 눈길을 끌만 하다.


하지만 아무리 장르적 관성에 기댄다고 해도, '좀비영화라서 괜찮아'란 친숙함보다 '좀비영화여도 힘들어'란 개연성의 부재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또 빼어난 설정을 이끌어가는 영화적 야심보다는 쉬운 선택에 기댄 것은 아닐까. 분명 여러모로 장점도 많고 소위 '때깔'도 나무랄 데 없는 이 'K-좀비' 영화가 일깨운 교훈이자 의문이다. 관객들의 격론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무리는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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