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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l 08. 2017

<옥자> 봉준호 감독은 왜 <재꽃>을 극찬했을까

 <재꽃> 응원한 봉준호 감독 오디오 코멘터리 및 감상평 전문

최근 개봉한 <옥자>를 통해 전 세계 관객과 매체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며 "역시 봉준호"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 <옥자> LA 상영을 비롯해 국내 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 봉준호 감독이 한국 독립영화와 <재꽃>을 응원하기 위한 특급 도우미 역할을 자청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6일 개봉한 <재꽃>을 관람하고, 박석영 감독과 정하담을 비롯한 배우들, 또 시나리오와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오디오 코멘터리 형식으로 제작사에 직접 전달해 왔습니다. 동료 영화감독으로서, 또 한국 독립영화의 든든한 우군으로서 봉준호 감독은 <재꽃>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봉준호 감독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재꽃>을 깊이 있게 관람하기 위해 박석영 감독의 전작 <스틸 플라워>까지 챙겨 보는 열의를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느긋한 듯 정감 넘치면서 진중하고 위트 넘치는 봉준호 감독의 중저음 목소리를 통해 듣는 <재꽃> 감상평. CGV아트하우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이 봉 감독님의 오디오 코멘터리 영상과 함께 코멘트 전문을 함께 소개 합니다.   


  

<옥자> 레드카펫 행사 당시 봉준호 감독 ⓒ넷플릭스




- '꽃 3부작'과 <재꽃>의 전체적인 인상에 대하여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되게 조용하게 가슴을 후벼 파는 영화인 것 같은데 어디부터 얘기를 해야 하려나. 제가 어젯밤에 <스틸 플라워>도 봤어요. 많이 화제가 됐던 영화인데 <옥자>를 찍느라고 볼 틈이 없어서 이제 서야 봤는데, 소문대로 정하담씨 대단하네요. 그 존재감이. 카메라가 되게 거칠게 러닝 타임 내내 하담씨를 쫓아가는데 여지껏 정말 접해본 적 없는 아주 새로운 유형의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느낌의 배우라서 이 영화가 정말 외로운 짐승 한 마리를 쫓아가면서 찍는 영화 같기도 하고, 맨발로 유리 파편 위를 걷는 것 같은 영화인데 마지막도 그 차가운 바닷물이 이 한 사람을 덮치면서 이렇게. <스틸 플라워> 되게 강렬한 영환 것 같았어요.     
그랬던 하담씨가 <재꽃> 첫 장면에서 뽀송뽀송한 얼굴로 부드러운 햇빛을 받으면서 씩 웃으면서 그토록 흔들리던 카메라도 차분하게 안정이 되어있고 그렇게 시작을 하니까 <스틸 플라워>와 연이어서 본 사람의 입장에서 마치 시작부터 되게 치유 받고 시작하는 느낌? 게다가 주인아줌마한테 월세 받으라고 하는데 심지어 돈을 안 받잖아. 그렇게 잘 때가 없어서, 트렁크가 없어서, 왔다 갔다 했었는데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네요, 초반부가. 특히 해별이가 등장하고 나서 해별이가 되게 티도 안 나게 쓱 스며들잖아요. 하담과 만나는 것도 그렇고. 그 집 아줌마도 쓱 발 씻겨주고, 밥 쓱 같이 먹고, 장면 바뀌면 철기랑 공놀이하고 있고, 너무나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잘 지내는데 그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지. 심지어 영화가 2시간 내내 이랬으면 좋겠다. 아무 갈등, 네러티브 드라마가 없어도 좋겠다. 아무 갈등이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 시나리오에 대하여


그러나 역시 워낙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잘 쓰셔서 그런지, 차근차근 예기치 않은 갈등들이 시작이 되고 정말 섬세하게 잘 쓰여진 시나리오 같아요. 모든 인물들이 잘 배려를 받고 있는 시나리오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썼을까 촘촘하게. 대단하신 거 같아요. <스틸 플라워>는 단 한 명의 인물을 되게 집요하고 촘촘하게 따라가는 심플한 구조였는데 이번에는 인물들이 저마다 다 이유가 있는 인물들이 이렇게 씨줄-날줄처럼 얽혀서 이건 정말 뛰어난 각본이 아닐까. 저도 시나리오 쓰는 사람으로써 부럽게 느껴지는 그런 각본이고. 이런 각본을 딱 이미 손에 쥐고 촬영을 준비할 때는 이미 감독들 입장에서는 정말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일 것 같은데 부럽네요.      



- 6명의 배우들에 대하여


배우들 이야기를 또 안 할 수가 없네. 여섯 명의 배우들이 어디하나 빠질 데 없는 훌륭한 캐스팅 인 것 같고요. 특히 <살인의 추억> 때 같이 일했던 박현영씨도 변함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시고 적역인 것 같고, 해별 양은 참 담백한 얼굴 못지 않게 아역 배우가 아니라 어린이가 화면 속에 담겨있는 듯한, 담백한 얼굴과 담백한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정하담 씨는 변함없이 뛰어난 연기인데 갈등이 폭발하는 여러 시점들에서 오히려 살짝 한 발짝 뒤에 물러나 있는 것 같다가 예고편에도 나왔던 정면 클로즈업과 "그 애는 열한 살이에요" 라고 뱉을 때 기어코 명장면을 만들어 내내요. 정하담씨. 명장면이였고 명대사였던 것 같아요.


어머니 역할 하신 분도 힘 안들이시면서 연기 잘하시는 분인 것 같고, 명호가 꽃밭에서 깽판 치는데 등 쓰다듬으면서 달래주는, 박현영씨에게 멀리 가서 살아라 라는 것도 묘한 잔상이 남고 좋은 배우이신 것 같다. 철기 이 분은 약간 박지성 선수와 유해진씨와 몇몇 얼굴이, 정말 시골스러우면서 얼굴 자체가 캐릭터인 것 같은 그리고 마지막 자기가 자기를 때리면서 하는 연기는 본인의 제안인지 감독님의 디렉팅인지 모르겠으나 아주 '괴연'이면서 오히려 되게 리얼한 인상적인 장면이었던 것 같고 좋은 배우인 것 같다.


박명훈씨인가 이 분 정말 대단하네요. 세계 최고의 술 취한 연기를 하시는 분. 이 분 정말 우리가 술취함의 레벨을 술취함 1에서 10까지 놓았을 때 각 레벨의 레벨 3, 6, 8, 주종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모두 영화에 술 취하는 장면이 7번 나오나. 막걸리, 소주에 낮에 밤, 건축자재 던지고 빠루... 여섯번, 일곱번 나오는 것 같은데 매번 약간 다르시면서 정말 압권이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정말 술 취한 연기의 마스터이시고. 그렇게 영화에 나오는데 술 취한 때가 많네, 영화에서. 정말 마스터이시고 특히, 술 취해서 갑자기 해별이한테 아빠라고 같이 가자고 하면서 트렁크 잡고 붙들고 먼저 나가는.  대단하시네요 이 분. 이런 얘기는 약간 실례지만 앞니, 윗니의 독특한 치열이나 눈. 안구가 외모도 아주 그 자체로 뿜어내는 독특한 뉘앙스가 있는 것 같으세요. 정말 좋은 배우인 것 같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네요. 어쨌든 배우들이 너무 좋아서 한 명 한 명 다 얘기를 길게 아니할 수 없네요. 이 모든 배우들이 이뤄내는 훌륭한 앙상블들을 보면 감독님께서 얼마나 배우들을 잘 리드하고 또 디렉팅 하시는지 같은 직업군에 있는 사람으로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섯 명의 배우들 중에 연말에 누가 상을 받건 다 고개가 끄덕여질 것만 같은 훌륭한 캐스팅이고 각자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다 뛰어난데 전체 모여 있을 때 앙상블도 훌륭했던 것 같다.      


- 인상 깊은 장면들에 대하여


특히 마지막에 모든 갈등이 폭발하는 박현영씨가 돈다발 들고 다시 돌아왔을 때 이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 그리고 "걔는 열한 살이에요." 그 뒤엉켜서 펼쳐지는 모든 갈등과 소용돌이가 한 명의 아이에게 고스란히 상처로 전해지는 그 씬. 집 밖에서 찍은 그 장면. 해별이가 조용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그 움푹한 언덕길. 언덕길 뒤편에 검은 어둠이 있고 그 장면 정말 명장면 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처받는다는 것을 어떻게 비주얼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를 감독님이 너무나 훌륭하게 찍어내신 것 같고요. 이 모든 인물들이 다 사실 악한 진정 악한 사람은 없는데 평지풍파를 일으킨 박현영씨 캐릭터도 딱히 사실 제대로 악할 만한 위인이 못되잖아요. 사기 쳐서 돈 딱 가져오고 나서 여관방에 앉아서 "너무 쉬웠다"라고 울면서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인 대사고 장면이었는데 거기서 장면 딱 커트 되면 박명훈씨가 물걸레로 벽 닦고 있고, 해별이는 또 차에서 내릴 때 언니 어디 아프냐고 물어봤잖아요. 그래서 박현영씨 또 눈물이 터졌겠지. 여러모로 마음을 뒤흔드는 영화인 것 같아요. 정말 인간이 악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러다보니 또 상처를 안 받기도 쉽지 않은 거죠. 상처받기 너무 쉬운 거죠. 그러 사람들이 모여서 뒤엉켜서 사니까. 대본을 쓸 때 감독님이 어떤 심정으로 모든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썼는지 보는 사람도 되게 잘 느껴지는 좋은 시나리오고 영화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면에서 내리쬐는 강한 햇살을 받고 풀숲이라고 해야겠죠? 세상 사람들 뒤돌아보듯이 뜨거운 눈빛으로 정하담씨가 보면서 풀숲 속으로 들어갈 것 같은 두 소녀의 마지막 장면도 굉장히 강렬했던 것 같아요.      


- 봉준호 감독의 마지막 인사


여러 가지 너무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은데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들이 많은데 영화가 본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얘기하다 보니 횡설수설 말이 길어졌네요. 평론가도 아니고 또 하다 보니. 두서없이 떠들어서 죄송하고 암튼 영화 잘 봤고 감사합니다.  


<옥자> VIP 시사에 나선 봉준호 감독 ⓒ넷플릭스


INFORMATION

 

제    목 : 재꽃

장    르 : 드라마

감     독 : 박석영 (<들꽃>, <스틸 플라워>)
출     연 : 정하담, 장해금, 정은경, 박명훈, 박현영, 김태희

제작/배급 : 딥포커스

개 봉 일 : 2017년 7월6일

등    급 : 12세 이상 관람가

공식 페이스북 : www.facebook.com/ashflowermovie

공식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ashflowerfilm

 

SYNOPSIS

아스팔트 깨어진 틈새마다자라나는 들풀처럼

그렇게 한 아이가 온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보내고 있는 하담(정하담)에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빠를 찾겠다며 자신과 꼭 닮은 열한 살 소녀,해별(장해금)이 찾아온다.

고요했던 마을은 해별의 등장과 함께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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