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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an 31. 2021

오바마와 트럼프, 둘의 결정적 차이

(2017.01.14. 오마이뉴스 글)


▲ "트럼프 장애인 모욕" 비난한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 힐스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제 74회 골든글로브 사싱식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수상소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 "대선 기간 장애를 가진 뉴욕타임스 기자를 모욕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EPA


TV 시리즈 <하우스>로 유명한 영국계 배우 휴 로리. 그는 지난 8일(현지시각) 열린 미 2017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더 나이트 매니저>로 TV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어쨌든 사이코패스 억만장자들을 대신해 이 상을 받겠다"는 소감을 날렸다. 누가 봐도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또 "이 '트럼프 시대'에 골든 글러브가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할리우드', '외국인', '미디어와 언론'이라는 단어가 (트럼프에게) 포함된다면"이란 말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휴 로리의 발언을 받아 후반부를 장식한 것이 바로 이날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리프의 명연설이었다.


"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를 괴롭히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한다면, 우리는 모두 패배할 거예요."


"우리가 누군가요? 할리우드는 대체 뭐죠?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의 집합체일 뿐입니다. 할리우드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들과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다 내쫓으면 미식축구나 종합 격투기 말고는 볼 게 없을 거예요. 전혀 '예술'이 아닌 것들이죠."


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문화예술계 전반에 퍼진 '트럼프 기피증', 아니 '트럼프 포비아'는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트럼프 당선을 두고 목 놓아 울었던 레이디 가가의 1인 시위는 너무나도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이들의 '트럼프 포비아'는 현재 진행형이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의 성토가 그 최신판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굴욕'을 하나 더 얹어야 할 것 같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의 축하 공연에 설 아티스트들의 리스트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지난달 말 역시나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A급 셀러브리티들은 죄다 취임식 티켓을 원한다"며 "그러나 그들이 힐러리를 위해 무엇을 해줬는지 한 번 봐라. 'NOTHING'이다. 나는 (유명인보다) 일반 대중을 원한다"며 누가 봐도 허세에 가까운 글을 적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나. 정말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던 대로 소위 우리도 알만한 그 A급 연예인들의 얼굴은 트럼프의 취임식 무대에서 찾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진짜 스타들이 불참하는 트럼프 취임식


  

▲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회동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도널드 트럼프, 당신 참모들이 저에게 취임식 때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인터넷 검색만 조금 해 봐도 내가 당신을 독재자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안녕히."


영국 출신 소프라노 가수 샬럿 처치가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적은 취임식 보이콧 글이다. 이른바 '트럼프 효과'라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지난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미 문화예술인들은 물론이요,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이들마저 이번 취임식 공연과 관련 "트럼프 싫어요"를 연호하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AP통신>과 <가디언> 등 지금까지 열거된 트럼프 취임식 무대를 거절한 가수들의 리스트를 보면, 엘튼 존, 셀린느 디옹, 가스 브룩스, 데이비드 포스터, DJ 모비, 밴드 키스,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영국 팝가수 레베카 퍼거슨 등이다. 트럼프 측에서 물밑 섭외에 들어갔을 이들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이 명단이 늘어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   


반면, 취임식 참석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도 있었다. 지난 10월부터 미 NBC <SNL>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연기하고 있는 'A급' 배우 알렉 볼드윈 말이다. 백악관이 취임식 무대 초청자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알렉 볼드윈은 지난달 말 트위터를 통해 "내가 트럼프 취임식에서 공연하고 싶다. 내가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Highway to Hell')을 불러 주고 싶다"고 천명한 바 있다.


결국 알렉 볼드윈의 공연(?)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트럼프를 위해 노래를 부를 명단은 속속 채워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AP통신과 가디언지에 따르면, 컨트리 가수인 토비 키스와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의 준우승자 재키 에반코, 배우 존 보이트 등이 취임식에 참석한다. 취임식 하루 전에 열리는 행사에는 록밴드 3도어스 다운, 기 그린우드 피아노 가이스, DJ 라비드럼스 등이 공연할 예정이다.


오바마와 트럼프, 둘의 결정적 차이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환경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에 출연한 버락 오마바. ⓒ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감독, 배우 톰 행크스, 메릴 스트립, 로버트 드니로, 사무엘 잭슨, 사라 제시카 파커, 조지 클루니, 가수 폴 매카트니와 스티비 원더, 비욘세, 제이지, 앵커 데이비드 레터맨 등등.


지난 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의 송별 파티에 참석한 이른바 A급 스타들의 명단이다. 두 차례에 걸친 오바마의 취임식만 해도 스티비 원더와 U2, 브루스 스프링트턴과 비욘세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무대에 섰다.


단순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바마는 가능한데, 트럼프는 불가능한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오바마는 자타공인 '문화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자국의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백악관을 무대로 한 정치드라마인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열혈 시청자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또 비교적 '젊은 대통령'이었던 만큼 재즈 등 흑인 음악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다. 미 대중문화계의 셀리브리티들이 민주당과 공화당,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를 떠나 오바마에게 애정을 표하는 이유가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가. 이를 우리의 사정, 문학으로 치환해 보면 어떨까.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자 작가인 한승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 문학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문학을 잘 아는 의사, 문학을 잘 아는 판검사, 문학을 아는 기업인들이 많아야 그 나라가 진짜로 융성할 수 있고 그런 거예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 청와대에 모여 있잖아요. 끼리끼리 모이는 거니까요."


예술과 대중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일이야말로 대통령이, 정치인이 대중과의, 국민과의 소통하는 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국의 화두로 떠오른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물론 '적군리스트'까지 거론되는 이 정권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는 '빵점'도 아닌 마이너스라 할 만 하다. 아니, '문화융성' 운운하며 그 중요성만큼은 스스로 '홍보'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더 없는 비극이라 할 만 하다. 심지어 북한의 김정은도 영화를, 할리우드 영화를 애호한다고 하지 않나.


다시 트럼프로 돌아가 보자. 미국인들이야말로 자신들이 쟁취해낸 수정 헌법 1조, 즉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을 누구보다 죄악시하고 또 그러한 환경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다. 이 가치를 수호하는 이들에게 유색인종을 차별하고, 언론을 죄악시하며, 전체주의적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야말로 히틀러에 비견될 인물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13일 미 갤럽이 발표한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율은 무려(?) 44%를 기록 했다고 한다. 한 달 전에 비해 4%나 하락했고, 동시기 오바마의 취임 전 지지율 83%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의 61%, 빌 클린턴의 68%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문화예술인들도 적극적으로 거부 중인 트럼프 당선자, 그가 펼쳐 나갈 혐오의 정치 혹은 '트럼프 시대'를 흥미진진하게 반면교사 삼아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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