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외계+인> 1부 스틸 이미지. ⓒ CJ ENM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일요일이던 지난 24일 15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6월 29일 개봉한 이후 근 한 달여 만이다. 앞서 지난 18일 124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CJ ENM이 투자 배급한 <헤어질 결심>의 제작비는 홍보 마케팅 비용 포함 135억으로 알려졌다. N차 관람이 이어지며 끌어 모은 150만 관객은 분명 상징적인 수치라 할 만하다.
개봉 5일차 91만 명. 같은 날, 역시 CJ ENM이 배급한 <외계+인> 1부가 타전한 개봉 첫 주말 성적은 실로 충격이라 할 만했다. '쌍천만' 흥행을 자랑하는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에 복귀작, SF 현대물과 고려시대 판타지 사극이 교차하는 색다른 장르, 김태리‧김우빈‧류준열을 위시한 흥행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개봉일이 미뤄졌더라도 <외계+인>은 분명 올여름 최대 화제작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연호한 최동훈 감독을 향한 기대감이 화제성을 높였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 212만)을 시작으로, <타짜>(2006, 684만), <전우치>(2009, 613만), <도둑들>(2012, 1298만), <암살>(2015, 1270만)까지. 최근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홍보 인터뷰를 통해 '흥행사'라며 대놓고 질투(?)를 표한 이른바 '흥행사' 최동훈 감독.
그는 당대 스타와의 호흡 속에 캐릭터 연출의 귀재로 인정받았다. 반전 느와르와 판타지 사극, '케이퍼 무비'부터 항일 시대극까지 전통적인 장르를 한국형으로 최적화시키며 까다로운 한국 관객 및 평단을 만족시켜 왔다. 그랬던 최 감독은 최근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암살>의 '리얼리즘'이나 기존 '범죄물'과는 거리를 두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야심작 <외계+인>은 1부에만 제작비 300억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외계+인>이 개봉 7일차인 어제(26일) 100만 관객(106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여름 텐트폴 시장이라면 화제작이 단 하루 만에라도 근접하거나 도달할 수치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최동훈 감독 신작 둘러싼 호불호의 정체
▲ 영화 <외계+인> 1부 스틸 이미지. ⓒ CJ ENM
기자 시사 및 개봉 직후 호불호가 갈린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객평도 후하진 못하다. 27일 현재 <외계+인> 네이버 평점은 6.89, CGV 골든 에그지수는 86%다. 전작인 <암살>과 <도둑들>의 경우, 각각 네이버 평점 9.1과 7.65를 기록 중이다. 두 작품 개봉 당시 에그지수는 서비스 전이었다.
'호'는 역시나 규모에 쏠린다. 1부와 2부 포함 700억에 달한다는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을까, SF 장르가 포함된 만큼 볼거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관심 말이다. 감독의 이름값과 스타 배우 군단의 향연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감독도 직접 한국형 <어벤져스>를 언급했다.
외계인 죄수를 가두는 가드(김우빈)와 썬더가 활약하는 2022년 현재 장면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 종로 한복판에 나타난 외계인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는 분명 한국형 <어벤져스>의 외형을 닮아있다. 감독의 전작 <전우치>가 소환되는 고려시대 신검을 둘러싼 소동극은 한층 더 활력을 내뿜는다. 최 감독 특유의 유머를 기대했던 이들이 만족하는 지점이다.
'불호'는 '호'를 기반으로 정확한 거울상을 이룬다. 거칠게 요약해 볼까. 정작 기대했던 SF 장르의 설정이나 이미지들이 기존 할리우드 영화나 공포물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평행우주로 진행되는 서사가 불친절한데다 전체 서사 중 1부가 딱 그 절반에 해당된다는 점, 그리고 주로 '어른'의 영화를 만들었던 '최동훈의 이름값'을 기대했다 '12세 관람가' 수준의 세계관이 어리둥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는 과연 '취향의 존중' 문제일까. <외계+인>은 분명 흥미로운 시도가 맞다. 감독이 자기가 구축해 온 세계나 장점을 일정정도 포기하거나 방향을 전환해 새롭고 복잡하고 쉽지 않은 장르에 도전한 것은 분명하다.
개봉 후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최 감독은 이를 두고 "호기심"이라 표현했다. 그러니까 최 감독은 어릴 적 할리우드 및 해외 SF 장르영화를 보고 자라온 본인의 호기심을 영화적으로 나름 완성해 보고자 했고, 그 호기심을 당대의 우리 관객들이 수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설파하고 있었다. 그것이 <외계+인>이란 대작을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었다.
<외계+인> 1부는 2시간 20분이 넘는 상영시간을 자랑한다. 그 시간 동안 연기 잘하는 스타 배우들과 수준급 한국 스태들의 VFX 기술이 이뤄낸 때깔 좋은 화면들이 연쇄적으로 펼쳐진다. 사건과 설명이 나름 물 흐르듯 흘러가고, 눈과 귀가 호강한다. 특유의 유머나 재간도 곳곳에 포진돼 있다. 상업영화로서 즐길 구석이 차고 넘친다는 얘기다.
<외계+인>은 투자자도, 관객도 만족시켜야 하는 대작이다. 문제로 지적되는 평행우주를 도입한 서사도 복잡하기보다 실제 쉽고 단순하다. 현재와 과거를 비교적 균등하게 오간다. 두뇌싸움? 필요 없다. 일반 관객들이 따라잡기 어렵지 않게 설계돼 있다.
'불호'도 거기에서 발생한다. 다른 두 시간대의 장르적 질감과 캐릭터의 정서가 결합되기까지 예열이 꽤나 오래 걸린다.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 고려시대에 권총을 들고 설치는 이안(김태리)인지, 지구인을 지키는 현재의 가드와 썬더인지, 신검도 찾고 이안도 구하고 싶은 도사 무륵(류준열)인지 말이다. 전작에서 <타짜>의 고니, <전우치>의 전우치, <도둑들>의 한국 도둑놈들에게 기댔던 공감대의 여지가 협소하다.
장르 간 성질이나 온도 차도 도드라진다. 고려시대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현재는 그 보다는 미스터리나 서스펜스 요소를 동반한 전통적인 SF 장르다. 더욱이 타임슬립 장르의 경우, 주로 현재의 시대 배경을 가리키는 장르적 질감이 과거를 관통하기 마련이다. <외계+인>은 캐릭터들 및 신검의 정체가 밝혀지는 후반부까지 이 두 장르를 부지런히 오갈 뿐이다.
맞다. <외계+인>은 5시간에 달하는 2부작 영화다. OTT 시리즈로 완성했다면 하는 반응이 괜한 게 아니다. 장르 간 결합이나 감정이입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앞서 소개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SF나 무협 액션 연출들이다. 지금, <외계+인>을 관란한 100만 관객들은 과연 최동훈 감독이 자신의 특질 중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렸을까를 열띠게 논쟁 중이다.
영화 외적인 요인
▲ 영화 <외계+인> 1부 관련 이미지. ⓒ CJ ENM
영화계의 숙원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코로나19 시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외계+인>의 임무도 다르지 않았을 터. 3년 만에 맞은 여름 텐트폴 시장을 <외계+인>이 열었고, 이어 <한산> <비상선언> <헌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런 점에서, 1번 타자 <외계+인>의 책임은 막중해 보였다. 영화 외적인 요인이 거론되는 것은 그래서다. 일각에선 <외계+인>의 예상 밖 부진이 OTT 시대를 반영하는 징후라 받아들이는 중이다.
지난 3월 CGV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번째 관람료 인상을 단행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 기본 구독료가 1만 원 전후다. 이를 감안하면 1만 4천~1만 5천 원인 현 멀티플렉스 관람료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관객들이 월등한 가치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관객들도, 영화계 관계자들도 입을 모으는 중이다. 음료 및 간식 값을 포함해 적어도 2인 기준 4만 원 안팎을 지불하는 극장 관람 형태가 지속 가능한지 여부 말이다. 최근 물가 인상 폭을 감안하면 그러한 부담은 고스란히 관객의 축소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관객들이 더욱 더 대작 위주,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에 몰릴 것이란 예측 말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실질 입소문의 영향력 증가다. 영화 소비가 위축될수록 관객들이 훨씬 더 까다롭게 대중적 재미를 넘어 입소문이 검증된 영화만 골라보는 관람 행태를 택하게 될 거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천만을 돌파한 <범죄도시2>나 재관람이 이어지며 역시나 장기 흥행 중인 <탑건 : 매버릭>의 경우 말이다.
2023년 2부 개봉을 예고한 <외계+인> 1부가 <헤어질 결심>의 관객 수를 넘어설 수 있을지를 가늠해야 하는 이 의외의 상황은 분명 여러모로 달라진 관람 환경을 반영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상반기 영화산업 매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아직 절반 수준만 회복했을 뿐이다.
그리고, 27일 역대 흥행 1위 <명량>의 속편인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한다. 얄궂게도, <명량>의 투자배급사는 <한산> 대신 <외계+1>을 선택한 CJ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