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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l 20. 2023

톰 크루즈가 또 뛴다, 관객들 가슴도 뛴다


▲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뛴다. 뛰고 또 뛴다. 열과 성을 다해 뛴다. 게다가 무척 잘 뛴다. 카메라 앞 연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 낼 수준이다. 지켜보는 관객들의 가슴도 뛴다. 심지어 1962년생, 올해로 61세다. 짐작했다시피, 배우 톰 크루즈 얘기다.


18일까지 200만을 돌파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미션 임파서블7>)에서도 톰 크루즈는 열심히 달린다. 아부다비 공항 건물 지붕을 발에 땀나게 질주한다. 카메라는 그의 질주를 담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앵글로 포착한다. 마치 대자연 속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의 미약함을 상징하는 듯 하다. 그의 육체 자체가, 그가 지시하는 육체성 자체가 거대한 스펙타클의 전시라 할 만하다.


영화 속에서 그가 목숨을 걸고 거대 구조물 위를 내달리는 광경은 그 자체로 아날로그적이다. 이제는 집중력이나 힘이 떨어졌으나 여전한 마블의 시대고, '아바타'를 위시한 CGI, VFX가 스크린을 장악한 시대 아니던가. 그와 비교해 톰 크루즈의 뜀박질을 보고 있자면 마블 액션에선 볼 수 없는 어떤 숭고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본편만큼이나 화제가 되는 촬영 비하인드 영상들이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완전히 새롭다거나 독보적이라 볼 순 없다. 톰 크루즈는 전편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도 런던 시내 건물 숲을 내달렸고, 스턴트를 직접 소화하다 발목 부상을 일화는 유튜브에 박제돼 있다. 4편에선 모래폭풍이 뒤덮은 두바이 시내를 가로지렀고, 3편에선 비좁은 상하이 골목을 요리조리 뛰어다녔다. 사랑하는 여성과 동료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면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 7> 속 베니스 골목 장면도 대동소이하다.


이런 뜀박질을 흔한 액션영화의 관습이라 치부하면 곤란할 것 같다. 6편과 7편에서 도드라지듯이, 대도시 빌딩 숲과 공항 옥상을 질주하는 톰 크루즈는 마치 대자연 속 개별자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를 잡아내는 카메라 앵글의 크기나 장면의 지속 시간은 전작에 비해 점차 확장돼 왔다.


이 확장은 7편까지 이어진 시리즈의 예산이나 규모가 커진 것과는 분명 다른 차원이다. 외길 영화인생 40년 중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영화 출연이 도드라지긴 했다. 그럼에도 '미션' 시리즈의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가 달리는 장면은 해를 더할수록 인상적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영화 사이트 IMDB가 3년 전 톰 크루즈가 출연한 모든 작품에서 달리는 장면만을 편집한 영상을 내놓았을까(모아보니 실제 뛰는 장면이 포함된 작품 수가 많긴 많다).


기본적으로 영화 서사를 끌어가는 가장 큰 축은 여러 갈등의 연쇄다. 그건 기본적으로 인물 간 갈등이지만 나라 간에, 조직 간에 갈등이 될 수도 있다. 물리적이거나 이념적인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갈수록 확장되는 톰 크루즈의 질주는 이 갈등을 맞닥뜨린 캐릭터의,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압축적으로 웅변하는 영화적 언어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숭고함이란 표현마저 떠오른다. 더군다나 무척이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시선의 확장은 톰 크루즈가 또 해가 더할수록 집착을 더하는 아날로그 감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확장과 변주가 핵심인 <미션 임파서블 7>은 그 정점에 선 영화다.  


1편까지 소환하는 아날로그 감성과 시선의 확장

   

▲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톰 크루즈는 갈수록 아날로그에 집착한다. 와이어를 달고 직접 스턴트를 수행한다. 이륙하는 비행기에 직접 매달리고, 건물 옥상에서 점프를 한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탑건 : 매버릭>에선 전투기를 직접 조종했다.


<미션 임파서블 7>에선 아예 노르웨이의 1700m 트롤 절벽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뛰어내리는 스턴트로 영화 촬영을 시작했다. 본인이 사망하면 제작비를 낭비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이처럼 '제작자'이기도 한 톰 크루즈는 갈수록 위험도를, 한계를 경신한다. 왜 이러는 걸까.


"분명히 말하는데요, 두렵지 않은 게 아니라 두려운 걸 개의치 않는 겁니다. 두려움에 맞서고 싶은 거죠. (대신 촬영 전) 준비를 거듭하면 안정감을 찾게 됩니다."


그는 지난해 내한했을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스턴트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 손발이 척척 맞는 제작팀을 이끄는 톰 크루즈는 특유의 아날로그 액션에 앞서 언급한 갈등이나 인간성을 녹여낸다.


그게 가능한 건 '톰 크루즈 전속 감독'이라 불러도 무방할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을 위시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제작진과 <유주얼 서스펙트>로 데뷔한 맥쿼리 감독의 탄탄한 각본이 뒷받침돼서일 터다. <미션 임파서블 7>은 톰 크루즈의 이러한 철학과 노하우가 집대성된 순도와 함량 높은 결과물이다.


아예 아날로그와 시선의 확장이란 화두를 전면에 내세운다. 악당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전 세계 정보를 장악하고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 AI 엔티티의 존재감이나 이단 헌트가 요원이 되기 전 악연을 맺은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가브리엘 자체가 톰 크루즈가 천착하는 화두와 단단히 결부돼 있다. 심지어 아날로그 전사 이단 헌트가 슈퍼 AI를 무너뜨릴 열쇠는 그야말로 두 조각으로 나뉜 열쇠다.


아날로그 감성은 차치하더라도 자칫 시리즈 자체가 올드할 수 있다. 20세기의 유물인 원작 TV 쇼는 논외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연출한 1편 개봉이 벌써 27년 전이다. 도리어 1편은 TGV 고속 열차 액션을 포함해 나름 당대의 세련된 장르적 감성과 블록버스터급 CG를 자랑했던 작품이었다.


7편은 바로 이 1편을 연상시키는 설정을 도입하는 여유를 보여준다. 1편의 상관이었던 키트리지 캐릭터가 무려 27년 만에 재등장했다. 1편에서 감탄을 자아냈던 열차 액션은 훨씬 더 날것의 느낌으로 재등장하고, 주요 캐릭터가 비극적 죽음을 맞는 베니스 장면 또한 1편의 체코를 연상시킨다. 톰 크루즈와 맥쿼리 감독의 자신만만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선의 확장 또한 정점을 찍는다. 전편들에서 종종 등장하던 핵무기의 위협이나 첩보기관 IMF의 존폐 위협은 비할 바가 못된다. 이단 헌트는 도입부에서 최신 참수함을 간단히 침몰시키는 슈퍼 AI와 그 비인간의 메신저이자 과거의 망령인 인간 악당과 맞선다.


놀라울 정도인 AI의 발달 속도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이런 거시적이고 현재적인 대립항을 위해 움직이는 선제적인 걸림돌로 이단의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악당을 배치해 놨다. 키트리지 캐릭터를 필두로 1편의 향수들이 그림자처럼 아른거린다. 이단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최첨단 AI의 하수인을 물리치고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기억(기억을 자극하는 인물)과 대면해야만 하는 것이다. 단순한 듯 역설적인 탁월한 설정이다.


영화 안팎에서 빛나는 철학

  

▲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잘 짜인 각본의 영향은 전체 구조 뿐 아니라 캐릭터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이단이 본인 목숨보다 팀원들을 더 아끼는 성격은 시리즈가 더해지며 이미 완성됐다. 7편은 이를 극단으로 밀어 붙인다. 마치 아날로그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제작자 톰 크루즈가 이단 헌트 캐릭터에 본인을 과하게 투영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미션 임파서블>은 1편부터 팀원 간 배신이란 소재를 긴장이나 반전의 코드로 활용해왔다. 첩보액션 장르의 공식 그대로고 6편에서도 유효했다. 7편은 이를 보기 좋게 변주한다. 여주인공에 해당하는 천방지축 도둑 그레이스(헤일리 앳월)가 선택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슈퍼 AI에 대항해 팀워크를 완성해나가는 여정과 일치한다.


제작자 톰 크루즈가 쉽지 않은 촬영 과정에서, 10편 가까이 작업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의 작업에서 강조했던 것 역시 팀워크였다. 이 팀워크에 대한 신뢰는 일종의 감식안으로 이어지는데 중반까지 자꾸만 도망치며 일을 어렵게 만드는 그레이스에 대해 이단이 먼저 신뢰를 보내고 그레이스가 이를 기꺼이 수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신뢰에 대한 메시지는 시리즈 전체를 관장하는 제작자 톰 크루즈의 감식안과 마인드를 가늠케 한다. 특히 7편은 4명의 여성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전 2편에서 활약한 일사(레베카 퍼거슨)과 화이트 위도우(바네사 커비)를 포함해 별다른 성적 긴장감 없이도 '본드걸' 역할을 거부 하는 이들 캐릭터들의 동선은 신뢰의 메타포를 다채롭게 변주하며 극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베니스 액션 장면은 이러한 의도와 설정을 우아하게 밀어 붙인 화룡정점이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액션이 상대적으로 덜한 7편에서 가브리엘과 연이어 대적하는 그레이스와 일사의 액션은 운동과 활극의 쾌감보단 극과 인물의 감정에 방점을 찍었다.


관객들은 멀찍이서 운명에 휩싸인 것 같은 움직임을 감상하게 된다. 우아하단 표현을 쓴 이유다. 얼핏 한편의 무용극 같다고할까. 그 사이 이단이 가브리엘의 수하인 패리스(폼 클래멘티프)와 대적하는 장면을 이어 붙여 액션의 균형을 맞췄다. 이단이 마치 터미네이터와 같던 패리스의 목숨을 살려주는 후반을 위한 포석은 덤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꽤나 긴 시퀀스 별로 나뉜 액션 장면들만 즐겨도 성찬이 따로 없다. 로마 시내에서 벌어지는 이단과 그레이스의 자동차 경주는 근래 들어 최고의 짜릿함을 안겨준다. 이미 촬영 현장이 공개된 오토바이 절벽 낙하는 그 쾌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꽤나 뜸을 들임에도 만족감이 저해되지 않는다. 다만 전편을 통틀어 서사와 전개, 캐릭터의 감정에 공을 들인만큼 대사량이 많은 장면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 두시기를.


끝으로, 종종 톰 크루즈가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거나 오마주를 바치는 느낌이 역력한 최근 성룡의 영화들과 비교해 보면 아이러니한 청출어람이 아닐 수 없다. 톰 크루즈가, 성룡이 헌사를 바치고 액션 연출에 영향을 받았을 무성영화 시대의 거장 버스트 키튼의 액션 코미디를 길어 올린다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아날로그 장인' 톰 크루즈 특유의 철학과 팀워크가 새겨진 <미션 임파서블 7>은 최근까지 새로움이 전혀 없는 각본과 재탕을 반복하는 액션들로 팬들에게 실망을 주는 성룡의 작품과 비교될 만하다.  


그렇게 톰 크루즈는 명실상부 다채로운 고난이도 액션 연기를 직접 소화하는 현존하는 최고령 배우가 됐다. 1편부터 제작에 참여해 온 그는 전술한대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의 연달은 작업을 통해 이단 캐릭터에 제작자이자 자연인 톰 크루즈의 철학을 이식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중이다. 액션 장면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수십 수백번 스턴트 연습에 매진한다는 톰 크루즈. 영화 안팎에서 성실하고 친절한 톰 아저씨의 철학이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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