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한 미국 '보스' 신곡에 달린 희망의 댓글들

by 하성태의 시네마틱


"미네소타 주민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니 눈물이 나네요.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의 이름을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캘리포니아에 계신 키스 포터(또 다른 ICE 단속 희생자)도 기억하고 싶습니다.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저희에게 힘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미네소타여, 굳건히 서기를."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 심금을 울린다. 전 세계인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분노하고, 공감하며, 연대 중이다. 미국 노장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노래의 주인공이다. 그가 미국 미니애폴리스 사태를 근심하며 공개한 <미니애폴리스의 거리>(Streets of Minneapolis)에 대한 반응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니애폴리스의 거리>는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사망한 미국인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를 추모하는 곡이다(기자주- 미국 애리조나주 국경 지대에서 연방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지난 30대 미국인 여성 르네 굿(7일)과 30대 미국인 알렉스 프레티(24일)가 사살됐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두 번째 희생자가 사망한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곡을 쓰기 시작해 다음날인 28일 자신의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노래를 공개했다. 영미 언론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고, 급기야 29일(현지시각) 아이튠즈 17개국 1위에 올랐다.


IE003576892_STD.jpg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신곡 'Streets of Minneapolis'Sony Music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누구인가. 1980년대 < Born in the U.S.A. >라는 곡으로 미국을 휩쓸며 대중적으로 미국 록 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중년 이상의 영화 팬들이라면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턴 주연의 <필라델피아> 속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곡인 <스트리츠 오브 필라델피아>로도 친숙하겠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보스'라 칭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미 대통령 자유 훈장 수여 자리에서였다. 빌 게이츠, 마이클 조던이 공동 수상자였다.


그 로커가 줄기차게 트럼프와 싸우던 와중에 보다 못해 신곡을 내놓은 것이다. 이른바 미니애폴리스 사태에 대한 미국인이자 아티스트로서 내놓은 투쟁과 연대의 일환이다.



미국 '보스'가 내놓은 저항시에 쏟아진 전 세계 반응


image.png


https://youtu.be/wWKSoxG1K7w?si=ilmGag2-IexcSaBS


자비가 있어야 할 곳에
피 묻은 발자국이 남았고
눈으로 뒤덮인 거리에
죽은 채 남겨진 두 사람
알렉스 프레티와 르네 굿(...)

오, 우리의 미니애폴리스여,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듣네
핏빛 안개 속에서 울부짖네
우리가 죽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리라
미니애폴리스의 거리에서

- <미니애폴리스의 거리> 중-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현지는 말할 것도 없다. 미 전역을 넘어 남미와 유럽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이 거장이 보내는 진심과 희망의 목소리에 감사 어린 화답을 보내는 중이다.


단 이틀 만에 유튜브에서 400만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4만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전 세계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중 앞서 소개한 댓글처럼 피해 당사자들이 겪는 생생한 공포도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는 중이다.


또 다른 댓글 하나를 소개해 볼까.


미니애폴리스 외곽의 한 교외 지역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어제 한 학생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 학생은 집에 숨어 지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게 물어봤습니다. 그는 아동보호국(DHS) 직원들이 집에 찾아와 겪은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짓으로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트라우마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분노합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니 저 자신과 학생들, 그리고 우리 주를 위한 희망이 생겼습니다. 여러분의 모든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거짓을 계속해서 폭로하고 이 억압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저는 그 학생과 그의 가족이 정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부의 행위는 정말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학생의 이메일을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증거로 제출할 생각입니다.


참담한 진실을 이겨내는 증언들이 실시간으로 목격되는 순간이다. 곡 자체가 직설적인 동시에 마음을 울리는 저항시라 할 만하다. 물론, 이를 애써 무시하며 적반하장으로 대응한 이들도 존재한다. 다름 아닌 트럼프 정부다.


쏟아진 희망과 연대의 고백들


IE003577276_STD.jpg


▲20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르네 니콜 굿의 추모 공간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꽃과 피켓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사실과 무관한 의견과 부정확한 정보가 담긴 노래엔 관심이 없다."


<미니애폴리스의 거리>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자 백악관 대변인이 나섰다. 29일 미 백악관 애비게일 잭슨 대변인은 위와 같은 논평과 함께 "언론은 민주당이 행정부와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기로 한 방식을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시와 조롱은 일관적이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지속해온 노장 로커에 대해 트럼프는 "한물간 로커"란 조롱을 일삼아왔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 할 '보스'가 아니었다. 지난 1월 중순 뉴저지 공연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르네 굿을 추모하는 헌정곡을 부르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예술의 힘은 세다. 그 중 음악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다. 노장이자 '보스'인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미니애폴리스의 거리>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미니애폴리스의 참상을 알리는 중이다. 예술과 음악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9·11 테러 때도, 이라크 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이 '보스'의 노래를 통해 치유 받았다는 고백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어쩌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최근 행보야말로 미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의 명징한 반영이자 그에 대한 현실적이며 절절한 응수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느 미니애폴리스 주민이 <미니애폴리스의 거리> 유튜브 댓글에 단 감사 인사가 이를 확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저는 미니애폴리스에 살고 있는데, 말 그대로 이 모든 사건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제는 하루종일, 매일 이런 일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훈처에서 일하면서 (사망한) 알렉스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시위와 추모 행사에 참여했고,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쇼핑을 하다가 이민세관집행국(ICE)에 제지당하기도 했습니다. 폭발음도 들었고, 아이들의 비명과 울음소리도 들었습니다! 체포되어 구타당하는 친구들도 알고 있습니다. 연방 건물은 우리 집에서 1.6k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고, 우리 모두에게 이 모든 일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현실입니다. 저는 이라크 라마디에서 싸웠지만, 이번 일은 훨씬 더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와 제가 읽은 댓글들을 통해, 이 작은 중서부 방직 공업 도시가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루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우리와 연대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브루스의 말이 맞습니다. 이곳은 바로 "우리의 미니애폴리스"입니다! 우리 모두의 미니애폴리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제주4.3 영화 '내 이름은' 베를린 행,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