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할 때 쓰는 노트를 끝까지 채웠다.
올해 3월부터 쓰기 시작한 노트니, 반 년만의 일이다.
업무를 시작할 때 내 나름의 루틴이 있는데, 어제 쓴 메모를 보면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고, 한 일들을 적고, 업무를 마무리하면서는 내일 해야할 일들을 적는다. 그리고 다시 내일이 되면, 전 날 적어놨던 것들을 다시 훑으며 업무가 시작된다.
일러스트 분야에서 일을 한 지 벌써 10년이다. 전에는 오늘 한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내일은 무슨 일을 하지 기대하며 잠들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기대치에 못 미치니 자꾸만 나를 원망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
예전엔 잘 했던 것 같은데, 왜 요즘은 잘 안 되지.
어떻게 타파하지 고민하던 찰나에, 예전에 쓰던 노트들을 다 꺼내봤다.
쉬는 날을 제외하곤, 매일 같이 무언가를 메모하고 기록했던 노트들.
생각보다 많은 권수가 쌓여있었다.
예전의 기록들을 훑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라. 수많은 일들이 적혀있었고, 하나 둘씩 해내고 있었다. 너무 바빠서 돌아볼 틈도 없이 생각나는 것들만 기록했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나, 참 바쁘게 살았구나.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구나, 난.
단 하루도 치열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작년의 나는 정말 바빴다. 하슈랜드에 새로운 팀원이 들어왔고, 스마트스토어와 아이디어스에서 굿즈 판매를 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강의 2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홈페이지 만들기에도 착수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쓰던 노트를 보니 당시의 고민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를 어떻게 다듬어서 사람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지, 존경하고 싶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 브랜드를 더 알릴 방법은 없는지 등등등. 재밌는 것은, 지금 보니 이 수많은 고민 중 많은 것들은 해결이 되었거나, 지금의 내겐 고민거리도 아닌 주제들이라는 것이다.
오늘 마무리한 노트의 첫장에 이런 글이 써있었다. "새로운 시작! 늘 응원해-"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이 시간도, 1년 2년 지나고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고민이 되겠지.
다시 나를 마주할 시간이다. 언제나 그렇듯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이제 새 노트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