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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Aug 28. 2023

알로나비치에서 호객행위 당하면 할인

보홀 마사지샵 체험기



하늘색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이 네일이나 발마사지 어떠냐고 물어봤다.

그 여성이 들고 있는 가격표를 보니 저렴해 보였다.

전신마사지 한 시간이 얼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스웨디시, 타이 등등 마사지 종류가 많이 있다고 대답해 줬다.

"스웨디시는 얼마예요?"

"600페소예요."


600 페소면, A스파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고 리조트마사지보다는 훨씬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

남편과 함께 그 여성에게 마사지를 받겠다고 말했다. 여행지에 왔더니 굉장히 오픈마인드가 된다. 한국이었으면 후기라도 좀 읽고 나서 결정했을 텐데, 굳이 알아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르는 마사지샵에 가게 되었다. 우리가 호객행위를 당했던 곳, 알로나비치와 가까운 마사지샵은 네일과 발마사지만 하기 때문에, 전신마사지를 하려면 더 가야 한다고 했다.


그 여성은 따라오라고 하더니 한참 걸었다. 남편과 그 여성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남편이 산을 넘는 것 같다면서 엄살을 부리자 그 여성은 가깝다고, 곧 나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웨디시가 아니라 스위디시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동시에 "스위디시"라면서 그 여성의 말을 따라 했다.


걷다 보니 알로나비치의 랜드마크, 맥도날드가 보였다.

'거의 A스파 근처인데?'





졸졸졸 그 여성을 따라서 2층에 있는 마사지샵으로 갔다.

가격표를 보니 850페소가 적혀있었다.

'사기당했나?'싶어서 그 여성을 바라봤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바로 "600페소"라고 대답해 줬다.





호객행위 하는 사람을 따라서 오면 할인이 되었다. 나는 할인받아서 좋고, 소개해준 사람은 인센티브를 받아서 좋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서로 좋았다.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양쪽으로 족욕하는 곳이 세 개쯤 있었다. 그리고 넓게 펼쳐지는 마사지받는 공간이 나왔다. 로비가 밝고 후덥지근한 데에 비해서 이곳은 에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져있어서 서늘하고 어둡게 느껴졌다. 마사지를 받는 공간은 좁지도, 넓지도 않으며 약 20명이 되는 사람들이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커튼으로 칸칸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편안한 느낌이었다. 룸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픈된 공간에서 여러 명이 마사지를 받고 있는 게 퇴폐업소가 아니라는 느낌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두 명의 마사지사는 남편과 나를 각각 이끌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장 바깥쪽 베드 두 곳만 비어있었고 안쪽은 얼핏 보니 다 꽉 차있는 것 같았다.

커튼은 베드와 베드 사이만 쳐 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마사지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사지받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도 들려서 반가웠다.





베드로 우리를 안내하다가 다시 뒤돌아서 입구 쪽 족욕하는 곳으로 갔다.

'아! 발마시지도 해주는 건가?'

발을 물로 한번 씻어주고 내가 신고 갔었던 크록스를 올려놨다.

마사지샵전용 슬리퍼가 아니라 내가 신었던 크록스여서 좀 신기했다.

물기를 닦지 않은 젖은 발을 다시 크록스에 욱여넣었다.

슬리퍼나 크록스를 신으면 다행인데, 운동화를 신은 사람은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아있는 두 베드에 남편과 내가 각각 들어갔다.

나를 담당한 마사지사가 옷을 벗으라고 했다.

우리는 스웨디시 마사지여서 상의를 다 탈의하고 마사지를 받았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앞에 있는 커튼의 양쪽을 가려서 사람들이 볼 수 없게 해 준다.



나는 여자여서 시간을 더 준 걸까?

남편은 벌써 마사지를 시작했다.

아무리 커튼으로 가렸어도 서로 얼굴 부근은 볼 수 있었는데, 엎드린 남편의 등 위에 마사지사가 올라가서 마사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얼굴 부분이 뚫린 베드에 얼굴을 집어넣고 엎드려서 마사지사가 오길 기다렸다.

이 베드를 보니 미드 '보스턴 리걸'에서 데니 크레인이 이런 베드에서 얼굴을 구멍에 집어넣고 마사지받았던 장면이 생각났다. 런 베드에 엎드려있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기분이 좋았다.



마사지사가 와서 "세게? 중간? 살살?"이라고 물어봤다.

나는 "중간"이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마사지를 시작하기도 전에 남편은 시원했는지 '아-'하는 신음소리를 내서 내 담당 마사지사와 동시에 쿡쿡-거리며 웃었다. 마사지에 굉장히 만족한다는 게 느껴지는 소리였다. 남편의 마사지받는 모습은 날 웃게 만든다.



오일을 바르고 마사지를 하는데 한국에서 중간정도의 세기로 받았던 것보다 훨씬 더 약한 강도로 마사지를 했다. 나는 근육이 많이 뭉쳐있지 않은 상태여서 살살 받아도 괜찮았다. 몸의 뒷면을 마사지한 후 앞으로 돌라고 하더니 다시 커튼을 쳐주고 마사지사가 나갔다. 나는 여자여서 몸을 돌릴 때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 같았다. 누워서 담당 마사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은 계속해서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남편의 얼굴과 상체가 조금 보였는데 마른 여자 마사지사가 열심히 마사지를 했다. 남자여서 몸을 돌 때도 커튼을 닫는 과정 없이 쉬지 않고 마사지를 했다.





기다리다 보니 다시 마사지사가 들어와서 마사지를 계속했다. 내 자리는 바깥쪽에 있어서 눈을 뜨면 마사지를 받고 나가는 사람들도 볼 수가 있었다. 마사지를 받다가 한국말이 들리고 부산스러워서 보니, 한국사람들 열명 이상이 우르르 나가고 있었다.

'패키지에서 왔나?'


마사지를 받고 나서 팁을 주려고 했는데 내부가 너무 어두웠다.

"팁을 여기에서 줘야 하나요? 아니면 나가서 줘도 되나요?"

물어봤더니 둘 다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환한 로비로 나가서 팁을 주고, 마사지값 1200페소도 냈다.



만족스러운 마사지여서 함께 패키지 투어하는 분들에게도 말했다. 패키지여행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보홀은 처음 여행 온 것이었다. 서로서로 좋은 식당이나 마사지샵에 대해서 정보공유를 했다. 인터넷검색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게 아날로그시대의 정이 느껴졌다. 따로따로 여행을 왔지만, 이곳에서 함께 투어 하면서 이웃사촌 같은 유대감이 생겼다. 함께 여행했던 분들이 마지막날 방문하고 좋았다고 말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호객행위 당하면 호갱이 되는 것 같아서 굳이 홍보하는 매장으로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예약도 안 하고, 모르는 사람을 따라서 모르는 가게로 갔는데 만족스러운 마사지를 받았다. 알로나비치에서 호객행위 당해서 마사지샵 가면 개이득이다.



여행을 가니,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된다.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어디로 갈지, 누굴 만날지, 뭘 하게 될지 모른다.

여행지에 가면, 색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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