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우리를 태우고 해변가와 시내를 지나서 계속해서 달렸다. 나는 이국적인 이 관경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창가에 앉아서 두 눈을 부릅뜨고 바깥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빠르게 지나치는 오토바이, 트라이시클, 얼기설기 기운 판잣집, 성당. '넌 이방인이야.'라고 말해주듯이 휙휙 지나가는 모든 풍경들 속에서 내가 아는 모습은 별로 없었다. 특히 나는 건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만에서 봤듯이 건물 로비나 테라스가 벽으로 막히지 않고 탁 트여서 기둥으로 연결된 구조들이 눈에 띄었다.
다리를 지나는 길이었다. 가이드가 퀴즈를 냈다.
"저기 보이는 큰 섬이 뭔 줄 아세요?"
"보라카이?"
누군가가 확신 없는 목소리로 어물거리며 대답했다.
가이드는 "세부예요."라고 알려줬다.
매우 큰 섬처럼 세부는 바로 눈앞에 있는 듯 가깝게 느껴졌다.
한국에서 보홀로 바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있기 전에는, 세부에 여행 간 사람들이 페리를 타고 보홀로 투어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세부에서 보홀까지 오션젯 고속페리로 겨우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도 세부 패키지여행에서는 선택옵션으로 보홀 일일투어가 성행 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한국에서 보홀 직항이 생겨서 휴양지처럼 팡라오섬에서만 머무르며 리조트 안에서 휴양을 하거나, 해양액티비티를 즐기는 한국인들이 많다.
차를 타고 한참 달리다가 높은 언덕 같은 곳으로 간다고 느껴졌다. 양쪽에 높이 솟은 나무들이 가득해서 그늘로 가득 차서 차창 밖으로 시원한 녹음이 보였다.
"여기는 맨메이드포레스트에요. 사진 한번 찍고 출발할 거예요."
차도 오른쪽에 미니버스를 세웠다.
"한 명 한 명씩 내리세요."
인도가 없었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려서 밟을 수 있는 땅이 좁았다. 조심스럽게 한 다리를 내디뎠는데 이끼를 밟은듯한 미끄러움이 느껴져서 거의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도 현지인 가이드가 손을 잡아줘서 중심을 바로 잡았다.
맨메이드 포레스트는 필리핀 정부에서 인공적으로 마호가니 나무를 심어서 만든 인공숲이다. 사람이 만든 숲. 직관적인 이름이 어떻게 해서 이 숲이 탄생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커다란 마호가니 나무는 초록 잎사귀들을 흔들면서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었다. 하늘의 햇빛을 다 막을 만큼 커다랗게 그늘을 조성해 줘서 초록배경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폐 속이 확장되는 기분 좋은 피톤치드를 더 들이마시고 싶었지만, 한 팀씩 나가서 사진만 찍고 바로 차에 돌아와서 다시 길을 출발했다. 만약 패키지 투어가 아니었다면 이 장엄하고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에 취해서 다음 일정은 다 놓친 채 여기에만 있었을 것 같다.
맨메이드포레스트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삼림욕 같다. 특별한 게 있었던 건 아니지만, 바닷가로 여행 왔는데 갑자기 맞닿뜨린 이 숲이 작은 놀라움으로 반갑게 다가왔다. 거기다가 더 좋은 것은 관광지를 가는 길 중간에 들렸다는 것이다. 마치 여행지로 운전해서 가는 길에 국도에서 양쪽으로 길게 심어진 메타세콰이어나 벚꽃처럼 여행의 흥취를 돋우었다.
영화 포레스트검프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집에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무작정 뛰게 되는 포레스트 검프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지고, 집 밖으로 나오면 길 양쪽으로 나무가 있었다. 이 맨메이트 포레스트를 나서는 내 기분은 마치 마냥 달리는 포레스트검프 같았다.
포레스트검프의 명대사를 끝으로 이 글은 마치겠다. 이 명대사는 다음코스인 초콜릿힐과 어울렸다.
My mom always said life wa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우리 엄마가 항상 말했어. 인생은 초콜릿 한 상자 같다고. 뭘 얻게 될지 절대 모르거든. "Forrest Gump 포레스트 검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