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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Aug 15. 2023

보홀여행의 꽃 호핑투어

줄이 긴 곳은 다 이유가 있다

보홀 패키지여행 전체에서 가장 즐거웠던 건 바로 호핑투어였다.


처음에 예약하려고 했던 여행 상품은 육상투어만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육상투어만 있었던 상품의 가격은 579,900원이었고, 호핑투어가 포함된 상품은 가격이 639,900원이었다. 나는 호핑투어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늦게 예매했기 때문에 당일 결재해야 된다는 말에, 남편한테 내가 예약하려고 했던 패키지여행 일정표를 보냈다. 카톡의 1이 사라지고, 전화가 왔다.



남편이 물놀이가 포함된 상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바다에서 노는 활동이 포함된 것이 '호핑투어'라고 쓰여있었다.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호핑투어가 포함된 상품도 자리가 있는지 물어봤다. 담당자는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한 시간 후에 전화가 와서 상품이 있다고 했다. 숙소는 비그랜드 리조트가 될 수도 있고, 솔레아 리조트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늦게 예매한 데다가 여행에 대한 준비도 안 했는데 숙소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보홀에서의 첫째 날, 편안한 마음으로 육상투어를 마쳤다. 육상투어도 재미있었는데 다음날 호핑투어를 하고 나서 '이만큼 재밌는 건 없다!'라고 단언했다.



우리가 보홀-팡라오 공항에 도착한 첫날이었다.

몇십 명이 모여서 여행일정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면서 다음날은 육상투어가 예정되어 있다고 했는데 한 팀이 손을 들고, "저희는 육상투어 안 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때 '육상투어보다 호핑투어가 훨씬 나은가?'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분들은 보홀에서 내내 물에서 하는 투어를 할 거라고 했다.



호핑투어를 조금은 기대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가 육상투어를 하며 초콜릿힐으로 올라가는 중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도중이었다.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여행 중인 한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그 부부는 남편분은 수영을 잘하시고, 부인은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 부부가 입을 모아서 "다이빙은 꼭 하세요."라고 말했다.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면서 보홀 바다에 대해서 극찬을 했다.





아침 8시쯤 리조트 로비에 아쿠아슈즈와 수영복, 그리고 수영복을 가릴만한 남편의 농구복을 입고 나갔다. 태풍이 오고 있다고 해서 호핑투어를 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은 진한 회색빛을 띄며 금방이라도 울듯이 기분이 저조해 보였다. 흐린 날씨 덕분에 햇빛은 가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9900원을 주고 산 워터레깅스바지와 긴팔은 굳이 입지 않았다. 남편은 긴팔과 반바지 레시가드를 입었다. 놀기엔 딱 좋은 날씨였다.



리조트 로비에는 레시가드를 입은 많은 한국인 투숙객들이 우리 부부처럼 가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풍이 심해서 배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빨간색 지프가 도착했다. 차 안에는 여러 명이 타고 있었고, 첫날 호핑투어만 할 거라고 말했던 팀도 있었다. 그렇게 지프차는 해변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파도가 심해서 바다에 나가지 않는 배들이 많아서 다른 배를 구했다고 했다.



배 타기 30분 전에 먹으라는 뱃멀미약을 한 알씩 복용했다. 하루에 총 2알까지 먹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배 타기 전에 한 알 먹고, 혹시나 멀미를 하게 된다면 한알을 또 복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산 뱃멀미 약은 한곽에 총 4알이 들어있었다. 평상시라면 멀미를 걱정하지 않을 테지만, 우리 부부는 포항으로 낚시체험을 갔다가 둘 다 극심한 멀미에 넉다운이 되어서 선내에 누워있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 낚시하던 아저씨들이 "낚시할 땐 꼭 뱃멀미 약을 먹어야 해."라고 말해줬었다. 그때 멀미의 무서움을 알고 미리 멀미약을 복용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호핑투어를 나섰다.





배는 해변가에 가까이 배를 댄 게 아니라 꽤나 멀리 대서 바닷물을 헤치고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배를 타야 했다. 바닷물이 거의 골반까지 차오르는 수심에서 차례대로 배를 탔다. 커다란 모터소리와 함께 배가 서서히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이소에서 샀던 3M 귀마개를 남편과 나눠서 끼웠다. 소리가 조금 약하게 들려서 훨씬 나았다. 귀마개를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은 비치타월로 귀를 막기도 할 정도로 모터소리가 굉장히 컸다. 작은 배여서 흔들림도 심했는데, 설상가상으로 투투툭- 비가 오기 시작했다.



"먼저 버진아일랜드에 갈 거예요."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버진아일랜드로 투어를 갈 때 대부분은 섬이 바닷물에 잠겨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늘은 운이 좋게 땅이 드러난 상태라고 했다.



자연이 날 돕는 것 같았다. 더 아름답고 귀한 장면을 볼 수 있게 바닷물이 스르르 내려가서 섬을 보여주고, 태풍은 오는 속도를 조금 늦췄다. 



더 감사하고, 더 행복하라는 신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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