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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Sep 04. 2023

필리핀에서 2만 원짜리 0.5박 숙소 구하기

보홀 밤비행기 타기 전 시간 때우는 꿀팁

보홀 공항에서 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은 새벽 2시 20분이었다. 

패키지 투어에서 마지막 날의 저녁 일정은 현지식으로 저녁밥을 먹고, 밤에 공항에 데려다주는 게 다였다.

체크아웃을 오전에 했기 때문에 오후와 저녁 일정은 알아서 짜야하는 상황이었다. 투어를 함께 하는 사람들은 다들 여러 가지로 계획을 세웠다.



헤난리조트, 비그랜드리조트, 솔레아리조트 셋 다 체크아웃 후 짐을 보관해 주고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한 팀은 리조트 수영장과 알로나비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가이드와 함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고 했다. 이 팀은 공항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녁 9시 30분에 도착했다고 했다. 그 팀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다른 숙소를 잡았다.



체력이 된다면 늦게까지 알로나비치에서 놀다가 공항에 가는 것도 좋다. 이런 경우에는 마사지샵과 불쇼를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보홀-팡라오 공항에는 라운지가 없고 마땅히 쉴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다른 숙소를 잡아서 쉬다 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보홀-팡라오 국제공항 대기장소



버진아일랜드 리조트에서 라운지를 이용하면,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밤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공항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이렇게 한 팀은 버진아일랜드 리조트의 라운지를 이용해서 쉬다가 공항으로 온다고 했다. 또 다른 팀은 가보고 싶었던 리조트에 간다고 했다.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저렴하면서 쉬기 좋은 숙소를 잡았다. 다음날 아침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남편은 오후부터 바로 일하러 가야 한다. 좁은 비행기에서 불편하게 쉬는 게 아니라 푹신한 침대에서 편안하게 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구글에서 보홀공항 근처의 숙소를 알아봤다. 공항 근처에 있는 숙소들을 가까운 순으로 추려서 리뷰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0.5박만 할 것이기 때문에 너무 비싼 곳은 제외를 했다. 가성비 좋은 숙소들의 리뷰를 읽어봤다. 공항셔틀을 제공한다는 숙소들도 밤늦게는 교통편을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가까운 숙소도 비포장도로여서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기는 힘들다는 리뷰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시설에 비해서 공항 근처의 숙소들은 비싸다고 느껴졌다.



'어차피 트라이시클을 따로 불러서 공항에 갈 거면, 굳이 공항 근처를 고집할 필요가 없네.'

공항과 더 먼 숙소들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알로나비치의 숙소도 고려하긴 했지만, 편하게 쉬고 자려고 숙소를 알아봤었기 때문에 굳이 비치와 가까울 필요는 없었다. 알로나비치를 넘어서 숙소를 잡으면, 가격도 저렴하면서 공항과의 거리도 더 가까워졌다. 거리별로 트라이시클 요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교통비도 덜 들 것이다. 그래서 알로나비치와 공항의 중간지점에 숙소를 잡기로 결정했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 공항과 알로나비치의 중간에 있는 숙소들을 봤다. 이왕이면 싸면서도 수영장까지 딸린 곳을 알아봤다. 점심 먹고나서부터 늦은 밤까지 놀아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필리핀까지 와서 방 안에만 처박혀있기는 아쉬웠다. 원하는 장소와 가격대를 정하니 숙소를 정하는 건 매우 쉬웠다. 만원에서 이만 원대의 숙소를 보다가 내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있었다. 수영장까지 딸려있으면서 공항까지 교통편도 제공한다고 쓰여있었다. 공항까지의 교통편은 최우선순위는 아니지만 차선순위로 보던 조건이었다. 우리는 늦은 밤에 떠날 거여서 셔틀버스나 교통편을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거나 아니면 툭툭이나 차를 불러준다든지 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식사 후 가이드에게 우리는 따로 공항에 가겠다고 말했다. 가이드는 공항에서 내야 하는 공항세 1인당 560페소를 주었다.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했던 사람들에게도 아쉬운 인사를 건넸다. (이때만 해도 보홀-팡라오 공항이 너무 좁아서 비행기를 대기하면서 모두 다 만나게 될 줄은 몰랐었다.) 점심식사 후 알로나비치에서 내려서 마지막으로 알로나비치를 걸으면서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함께 할로망고와 비팜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저녁에 운치 있게 걷던 알로나비치는 대낮의 환한 햇빛을 받고 정열적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남편과 손을 잡고 걷는데 관광투어 쪽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들의 호객행위는 우리가 걷는 뒤를 계속 따라오면서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이 세 사람이 되었다.



"다이빙할래? 지금 여기는 파도가 심하지만, 다른 쪽 바다에 가면 파도가 안 심해서 다이빙하기 좋아."



우리 부부는 스노클링으로 보홀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또 초콜릿힐에서 마주친 한국인 부부에게 "다이빙은 꼭 해봐요."라는 말을 들어서 다이빙에 관심이 있긴 했다. 하지만 보홀에서 남은 시간은 너무 짧았다. 그리고 패키지 투어로 왔기 때문에, 다른 업체를 통해서 관광할 수도 없었다. 다이빙 못한다고 계속 말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다이빙에 관심을 많이 보였나 보다.



"나는 수영도 못하고 무서워."

"걱정하지 마. 다이빙 전에 교육해 줘서 수영 못해도 할 수 있어. 각자 한 사람씩 사람이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케어해 줘서 안전해. "



이제 겨우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논리적으로 나의 두려움을 점점 없애주었다. 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아이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자 '미끼를 물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명이서 3000페소에 해준다는 최후의 딜까지 받았다. 태풍이 오고 있어서 세찬 파도에 다이빙을 하려고 하는 고객이 별로 없어서 할인을 많이 해줬나 보다. 한국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패키지 투어의 선택옵션 다이빙 가격이 100~130달러이니 훨씬 더 저렴한 금액이었다.



우리가 자유여행이었고, 보홀에 머물 시간이 하루가 더 있었다면 다이빙은 꼭 했을 것 같다. 스노클링으로 윗부분의 바다만 봤다. 바다 위쪽에서 전체적으로 바닷속을 내려다보는 구도였다면,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다이빙을 해서 물속 깊은 곳에서 조금 더 물고기와 산호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겁이 많고, 깊은 물을 무서워하는 내가 이 정도까지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긴 게 참 신기했다.



마지막으로 알로나비치를 두 눈으로 담고 졸리비 쪽으로 올라갔다. 졸리비에서 저녁에 먹을 스파게티와 치킨을 사서 나왔다. 졸리비 근처에는 트라이시클 여러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요?"

"솔레아 리조트로 가요."




트라이시클을 잡아타고, 솔레아 리조트에 도착했다. 짐을 챙겨서 두 번째 숙소로 가야 했기 때문에 숙소가 나온 지도 사진을 보여주면서 트라이시클 기사에게 물어봤다.



"지금 체크아웃을 해서, 이 숙소로 옮기려고 해요. 이 숙소까지 가면 얼마가 나올까요?"

"다 합쳐서 300페소에 해줄게요."

"좋아요. 지금 남편이 가서 짐을 가져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솔레아 리조트의 경비아저씨는 체크아웃이 완전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트라이시클을 안으로 들여줄 수 없다고 했다. 남편이 짐을 들고 리조트 로비로 나오자 그때서야 안전바를 열어줘서 트라이시클이 리조트로 진입했다.

트라이시클 기사님은 내려서 함께 짐을 들어줬다. 그 분과 대화를 해보니 딱히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 같지도 않고, 나쁜 분이 아닌 것 같았다. 짐도 들어주고, 가격도 생각보다 조금 나와서 고마운 마음에 팁도 줬다.



숙소로 가는 길에 알로나비치 쪽에 있는 맥도날드를 지나쳤다. 유명한 숙소가 아니어서 지도와 간판으로만 찾아야 했다. 기사 아저씨가 눈썰미가 좋아서 숙소의 간판을 바로 찾으셨다.

"저기 맞지요?"

"네. 맞아요."




비포장도로로 되어있는 숙소 입구로 들어갔다. 기사 아저씨는 내리자마자 뒤로 가서 캐리어를 꺼내주었다.

기내용 캐리어 두 개를 내린 후 그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혹시 오늘 밤 11시 30분에 이 숙소에서 공항까지 태워줄 수 있나요? 우리는 오늘밤 체크아웃 후, 밤비행기를 타야 해요."

내 말에 짐짓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대답했다.

"공항까지는 150페소예요. 하지만 늦은 시간이어서 200페소는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그분이 잘 수도 있는 밤에 오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가격이었다. 그리고 원래 가격을 말해주고 나서 할증료 붙은 가격까지 말해주는 게 꽤나 정직하다고 느껴졌다. 



"좋아요. 그럼 밤 11시 30분에 여기서 다시 봐요."



"오늘밤 맞죠?"

"네. 오늘밤이요."

그렇게 트라이시클 기사님과 약속을 하고 우리의 휴식처로 체크인을 하러 들어갔다.



알로나비치의 시끌벅적한 관광지 느낌이 아닌 나만 아는 조용한 휴가지에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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