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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temonday Nov 06. 2015

제주도 똥개와 길냥이

필름카메라로 찍은 녀석들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는 '대화'가 별로 없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 카페, 음식점 주인들과의 대화가 고작이었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말을 하지 않고 보냈다.

그 기간이 불편하다거나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때마침 묵언의 시간이 나에게 필요했던 순간이기도 했거니와 이렇게 길가에 귀여운 녀석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잔뜩 쌓아놓은 개뼈다귀를 뒤로 하고 '메롱'하는 백구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키우던 강아지 '바람이'


'바람이'는 첫째날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키우시던 강아지였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 게스트하우스에서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생활이 편할리 없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찾아 들어간 게스트하우스 입구에서 꼬리를 한껏 흔들며 제주도에 온 나를 격하게 환영해주었던 '바람이'. 점점 날씨도 추워지는데 지금도 명랑하게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혼자 떠난 산책에서 만난 똥개


이 백구의 사진이 조금 웃긴다. 싹싹 비워놓은 밥그릇과 함께 세상에서 제일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널부러져 있는 똥개가 꼭 나같아서 볼때마다 웃긴 사진.


이렇게 애교가 많은 고양이는 처음 보았다.


제주도에 있는 한 인도 음식점에 찾아 들어갔다. 제주도에서 혼자 인도 음식이라니, 좀 웃기다 생각이 들 즈음. 언제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내 발밑에 이렇게 작은 길 고양이가 들어와 누워 있는 것이다!

이 음식점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아니었단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뒤로 자기 내킬 때 제 집마냥 드나드는 길 고양이라고 했다. 그런데 살다살다 이렇게 애교 많은 고양이는 또 처음이었다.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고양이라 그런지 내 손길에도 겁을 먹는 기색이 전혀 없었고, 여유롭게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다리 사이를 거닐었다. 아예 자리를 잡고 누워 하품을 하며 입맛을 다시던 이 아이는 여행 중 만난 최고의 우연.


다시 제주도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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