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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티 Oct 13. 2024

승진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삶은 변화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기술영업팀에서 처음 시작한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나는 해외 영업 업무에 능숙해져 있었다.

다양한 고객들과의 미팅,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느낀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도 나는 내 일을 사랑했고, 계속해서 성장해나갔다.


하지만 회사는 나와 다르게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회계부서의 동료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회사 자금 사정이 안 좋대요.

우리 이번 분기 실적도 안 좋아서... 대표님이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

회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아무리 컸다 해도, 회사가 이 상태로 가면 나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회사 안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대표님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그런 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여직원들에게는 중요한 자리나 기회를 주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이곳에서 더 이상 내가 바랐던 만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회사 내부 정치. 

'라인'이라는 것은 입사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존재했고, 나는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회사 내에서 내가 속하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가 명확해졌고, 그 라인에 들지 못하면 업무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점점 회의감이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바꾸지 못할 것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이렇게는 더 이상 못하겠다.'



그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우발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는 게 확실했다.



그렇게 나는 7년간의 첫 회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계획 없이 떠나게 된 이 결정이 나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나는 회사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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