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변화
첫 회사를 떠난 후,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내가 상사로 모시던 분이 창업을 하게 되었고, 창립 멤버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새로운 회사라는 건 큰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었지만, 나는 좀 더 큰 규모의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대신, “인생에 한 번은 의미 있게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와 상사, 그리고 한 명이 더해져 총 3명이 창립 멤버가 되었다. 새로운 회사에서의 내게 주어진 역할은 익숙했던 영업이 아닌 경영지원이었다.단순히 그 일을 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사부터 회계까지, 처음 접하는 업무들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특히 회계는 거의 백지 상태였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보니 자존심도 상하고, 회사에 짐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업무와 병행해 1년 2개월 동안 자격증 공부에 매달렸다. 매 시험마다 일정 확인하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면서 계획을 세웠고, 주말은 물론 평일 밤까지도 공부에 몰두했다. 회식이 있는 날에는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씩 돌며 술을 깨고 새벽까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방 안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음 한켠에서 같은 답이 돌아왔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거야. 포기하지 마.”
그래서 이 악물고 버텼다.
몇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해는 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로 향했다. 그렇게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시간들이 지나고, 마침내 자격증 4개를 따냈을 때, 그 순간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제야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밥값은 할 수 있겠구나.”
돌이켜보면, 첫 회사에서도, 두 번째 회사에서도,
내가 처음부터 원했던 일을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두번째 회사에서 경영지원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나를 단련시켰던 그 시간들은 지금까지도 내 경력의 주요한 밑거름이 되어있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도 변화 앞에서 나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법을 배웠다.
흔히들 변화는 두려운 것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 변화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