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변화
작년에 TCI 성격 검사를 다시 받았습니다.
성격의 기질과 성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검사인데, 7년 전에도 이 검사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동안 저는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여러 삶의 장면들을 지나며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기에 결과가 예전과는 꽤 다를 것이라 기대했어요.
하지만 막상 검사 결과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놀랐습니다. 의식적으로는 많이 달라졌지만, 무의식적인 부분은 예전 그대로였던 거죠. 아직도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고, 관계를 맺고, 삶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엔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나는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같은 마음의 구조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니.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검사를 통해 제가 '왜 그렇게 행동하고 생각했는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무의식을 알아차리는 일은, 변화의 첫 걸음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늘 경계심이 많고, 사람들 앞에서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 혼자 있는 시간이 유독 필요한 이유, 스스로에게 쉽게 실망하는 이유까지. 이 모든 것이 막연한 성격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랜 시간 마음에 쌓인 패턴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제 감정을 더 자주 들여다보려 합니다.
괜찮은 척 하지 않고, 진짜 제 마음이 무엇을 느끼는지 솔직하게 바라보려 애씁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바뀌어도 된다고 제게 말해줍니다. 그건 무리하거나 억지로 달라지는 게 아니라, 저를 더 잘 알고 이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과정이더라고요.
요즘은 자주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제가, 상처받았던 과거의 저를 위로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 어린 시절 마음 깊이 쌓인 외로움이나 두려움을 이제는 다정하게 안아주고 있는 거예요. “그때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어.”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용기인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실망스러운 모습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 그리고 여전히 흔들리는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용기 말이에요.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제 과거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는 눈길이 결국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예전의 자신을 가끔 안고 있는 중이라면, 오늘은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때 너, 참 수고했어. 이제 내가 널 안아줄게."
그렇게,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위로해주기를.
그리고 그 위로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