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을 선택한 여자 사람
어느 때와 같은 통화 중
갑작스러운 딸의 선언.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나중에 늙어서 무슨 고생하려고 그러냐. 그런 생각으로 살면 안 된다"
라고 말하지만
마음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딸이었다.
어려서도 고집 세더니, 아무리 말해도 똑같다.
나중에 내가 세상에 없으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걱정이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전형적인 남초 회사였다.
그리고 21세기에도 여전히 보수적인 곳이었다.
커피는 여자 성별의 직원이라면 의레 당연한 업무의 하나.
손님이 오면 응대해야 했고,
치마 정장이 디폴트.
식사자리에서도 가끔 ㅎㅎ
보고 싶지 않은 걸 보고,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겪던 곳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며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었고,
주변 여자 사람 직원들도 각자의 사람들이 생겼었다.
그들 모두 순서가 정해진 것처럼 결혼 발표 했고
자연스럽게 퇴사했다.
어느 누구도, "(여직원의) 결혼 = 퇴사"라는 공식을 깨지 않았다.
퇴사할 생각 없다던 언니도,
결혼 소식을 전해 들은 인사 담당자의 축하 인사와 함께 들려온
"그래서 언제까지 다닐 건데?"라는 말에 무너졌다.
그 말을 한 직원도 동성이었기 때문에..
그런 그녀들을 지켜보며,
난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새 생명을 책임질 깜냥도 안되었지만,
자신도 없었다.
엄마에게 평생의 큰 죄라 생각 때문에 오랜 시간 고민했었다.
그럼에도.. 이기적 이게도..
몇 년 동안 고민하던 '효도'를 위해 다른 건 다 하겠지만,
내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선택을 바꿀 뻔했던 적도 있지만, 잘 되지도 않았었고.
그래서 다시 한번 절대로
'결혼 시스템으로 들어가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흔이 넘었다.
함께 했던 그녀들의 아이들은 어느덧 부쩍 자랐지만,
'난 무엇이 남아있는가'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