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일지도

by 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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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그 사람이랑 똑같아지면 안 되지.'

'복수는 감정이고, 용서는 성숙이지.'

'결국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게 이기는 거야.'


우린 그렇게 배워왔고,

때로는 그렇게 믿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문장을 곱씹다 보니

마음에 오래 남는 단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우월하다 (superior)


복수를 멈추고, 감정을 내려두고,

용서를 선택한 사람은

그냥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상대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라는 말.


도덕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표현을 굳이 썼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용서에도

어떤 감정의 거리두기가 섞여 있는 건 아닐까요?


'나는 저 사람처럼 되지 않을 거야.'

'나는 이렇게 다르게 반응할 수 있어.'

'나는 더 성숙하게 행동할 거야.'


이런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올라올 때,

그 안에는 나는 너보다 낫다는 감각도

함께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용서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정리한 뒤

조용히 놓아주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선택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회복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용서에는

감정을 비워내는 연습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자존을 회복하는 의지도 담겨 있습니다.


그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용서는 누군가를 놓아주는 일이면서

동시에,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용서를 선택하는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 안에는

상처를 이겨내고 싶다는 의지와 함께,

‘이 정도는 품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함께 자리하니까요.




그걸 안다고 해서

용서가 작아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까지도 인정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진짜 단단한 용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용서에 기대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된다면

그게 평온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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