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3가지 방법

by 걸침

사진, 아치스캐년, 35mm, 2018, 걸침 작


내가 누구인가. 누가 나인가.

지구상 77억 인구 중에 모래 같은 나인가.

지구상 해변의 모래보다 많다는 저 별 같은 나인가.

초신성이 폭발해 나온 먼지가 만든 이 생명체는 별인가 모래인가.

그러한 내가 다른 별도 아닌 이 별에서 반짝이는 하루를 살고 있다. 영원 같은 하루, 하루 같은 영원을. 나도 모르면서 나를 위해 살고 있다. 그러니 어찌 위로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제 그런 나를 사랑해 보자. 다음과 같이.


첫째, 쓰다듬기. 하루에 한 가지만이라도 나를 칭찬해 주자. 예를 들면 이렇게. 너는 여행가방이야. 하루에 주어지는 24장의 빳빳한 시간을 절대 허투루 써본 적이 없지. 마치 여행가방 꾸리듯이, 잉카제국의 벽돌같이 빈틈없이 집어넣고 있지. 네가 해야 할 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25시 편의점처럼 깨어있지. 너는 알기 때문이야. 네가 한 일을 250만 년 후 안드로메다의 친구들이 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너는,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어 여행을 못 간다고 젊은 친구들이 말할 때 서슴지 않고 여행비를 보태주지. 나중에 그들이 자신의 시간을 돈과 바꿀 때의 상황을 알기 때문이지. 그때 돈은 빌릴 수 있어도 시간은 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래 넌 지금 잘하고 있어. 쓰담쓰담.


둘째, 안아주기. 가끔은 나를 용서해 주자. 저 모래도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졌지. 부서지지 않는 하루가 어디 있겠어. 넌 창호지야. 귀가 얇아. 네팔에서 티베트국경을 들어갈 때도 그랬어. 특별 출입증이 포함된 입국패키지를 준비했었지. 그런데 네팔 국경에 이르는 버스를 타고 가다 같이 앉은 티베트친구가 자기 따라 들어가면 출입증 없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했지. 결국 어떻게 됐어? 네팔에서는 출국했고 50미터 앞 티베트에서는 거부당하는 수모를. 현지인이 아닌 우리는 다시 네팔 비자료를 내고 재 입국했지. 다시 티베트 출입증 패키지 팀을 기다리며 며칠을 묵었지. 넌 역시 귀가 얇아. 문제야. 그런데 그 문제 때문에 넌 뜻하지 않은 답을 찾았지. 사흘동안 국경 산마을에 머물면서 원주민의 삶을 밀착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 뭐야. 그때 찍은 사진은 정말 귀한 작품이 됐어. 그들이 담근 토속주가 언제 내 뱃속에 흐를 수 있겠어. 귀가 얇은 덕에 세상의 두께가 얇아졌어.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너 절대 잘못한 거 아냐.


셋째, 들어주기. 가끔은 내 속에 덮여있는 이야기를 들어주자. 그것이 맑은 것이든 궂은 것이든. 난, 조금 무모한 데가 있어. 넌 어떻게 생각해? 도전과 포기의 무게를 잘 재지 못할 때가 많아. 이 나이에 만이천 피트 상공에서 떨어지지 않나, 호주 망망대해에서 산소통을 지고 들어가지 않나. 5800 높이의 킬리만자로를 삼일 만에 오르려 하지 않나. 밤 9시까지 잠자리를 예약하지 않아 인도 어느 옥상에서 이슬을 덮고 자지 않나. 결국 그 산 4600 고지에서 표범의 꿈을 놓치고 고산병으로 하산하지 않았겠어. 이것도 병이라면 병일 텐데 약이 있을까. 철이 들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철들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어야 할까. 어찌 보면 그 무모함은 죽을 때 버킷을 남겨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인지도 몰라. 어쨌든 그건 네 생각대로 해. 넌 네 거니까.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떨기 들꽃에서 우주를 보라는 어느 시인의 말. 너는 이미 세상과 우주를 보고 있으니 그런대로 괜찮은 놈이야.

모래 같은 너를, 별 같은 너를, 누군지도 모르는 너를, 아니 나를,

난 오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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