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돌멩이

by 걸침

작은 돌멩이

하나


벌건 용암 냄새

스멀대고

억겁의 뭉툭한 시간

닳고 있다


계곡을 구르며

날선 몸을 파냈다

버들치 냄새가

둥글다


바람에 삭는 소리

비에 깎인 촉촉함이

슴슴하다


한때

뜨거웠던 가슴

식는 소리


입이 닳고

귀가 닳고

눈길이 닳고

손길이 닳고

삶의 문턱이 닳는 사이


날선 줏대

매끄럽게

까칠한 주장

둥글게


발길마다

동그란 돌멩이

말 잘 듣는 돌멩이

가만히 있는 돌멩이


거리가

닳고 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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