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운 약국

by 걸침




마을에 약국이 있었다


무더운 날

햇볕에 눌린 할머니가 들어와

머리가 아프다 약을 달라하니

약사 왈

약 필요 없습니다

미지근한 물드시고

잠시 쉬면 나아질 겁니다


약국은 문전성시

비우니 채워졌다


할머니가 쪼인 햇볕은

태양이 자기 몸을 줄여가며

내뿜었던 빛

할머니가 마신 물은

바다가 자기 몸을 비워

하늘로 흘러 올렸던 물

그 물이 그 빛을 버무려

저리도 하늘거리는

풀과 나무를 만들고

마음 비운

약국을 만드는데

오늘도 나는

나를 비우지 못한 채


무더운 머리를

시간의 알약으로

채우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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