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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박국 Dec 10. 2018

자고 일어나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다.

[기술인간] 유튜브 채널 운영 Ep1

자고 일어나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다.


자고 일어나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다. 오해가 있을까봐 이야기하자면 오백 밤 조금 넘게 잔 후의 일이다. 나는 쇠다리도 두드려야 건널 수 있는 소심한 사람이라 하룻밤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순 없었다. 깨어 있는 동안엔 유튜브를 봤다. 관심 있는 분야의 어느 채널이 잘 되는지, 어떤 채널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관찰한다는 핑계로 남는 시간 대부분 유튜브를 봤다. 하나둘 촬영 장비를 구입하고, 채널의 정체성을 구상하고, 테스트 영상을 몇 개 찍었다 민망함에 끝까지 보지 못하고 지우기도 했다. 요즘은 누구나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동물 비하의 의도를 담지 않고 개나 소나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해도 표현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유튜브를 하진 않는다. 동물 비하를 하지 않아도 개나 소는 촬영과 편집을 못 하니까.


내게 유튜브를 하는데 가장 필요했던 건 촬영과 편집보다 용기였다. 촬영과 편집은 기술이고 그거야 배우고 연습하면 되니까. 괜히 기술인간이겠는가.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몸담고 있다 하긴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없는 건 아니기 다음과 같은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내가 발을 걸치고 있는 ‘인디 음악 신’이라는 곳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직접 있어 보면 돈도 없고 가오도 없지만) 그에 비해 유튜브는 ‘구독, 좋아요, 댓글’을 끊임없이 외쳐야 하는 세계다. 우리 레이블의 인디 음악가에게 또는 다른 인디 음악가들에게 프로모션 & 마케팅에 대해 강연하면서 ‘관객에게 디렉션을 주는 게 중요하다. 멘트할 때 꼭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해라’라고 조언한다. 상당수의 음악가는 그걸 잘하지 못하고 나 역시 구독! 좋아요! 댓글!을 외치며 자극적인 폰트의 섬네일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내가 가진 콘텐츠를 팔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네온으로 가득 찬 번화가 사이에 서점을 차리고 책이 팔리길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옆에서 내 일 아니라고 고나리질 할 때가 편했지.


유튜브 채널 초기 배너 중 하나


그 사이 ‘유튜브는 이미 레드 오션이다’ ‘아니다 아직 레드 오션은 아니다’  갑론을박이 오갔다. 예나 지금이나 유튜브는 레드 오션이면서 레드 오션이 아니다. 그와 상관 없이 내가 초창기부터 보던 테크 분야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어느새 다른 이가 선망하는 위치에 올랐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어서 빨리 유튜브를 하고 싶었다. 유튜브를 보는 게 좋았고 좋아하는 게 있으면 뭐든 하고 싶은 아이처럼 따라 하고 싶었다. 꾸준히 PC통신, 미니홈피, 블로그, SNS 등 변화하는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팔아온 입장에서 유튜브는 어떤지 궁금하고 경험하고 싶기도 했다. 그 사이 콘텐츠로 만들 아이템 리스트의 목록은 ‘2267문자’가 됐다.  (지금 이 단락까지가 1300문자가 조금 넘는다.) 


이제 갈 곳이 없다. 하루동안 촬영하고 이틀 간 편집해 2018년 10월 7일 첫 영상을 올렸다. 


내가 채널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 그걸 표현하기 위한 이름, 디자인, 다룰 콘텐츠의 성격 등을 결정하고 8월에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채널의 이름은 ’기술인간’. 이름만 잘 지어도 이를 알리기 위해 일을 할 의욕이 생기는 법이다. 하지만 유튜브를 시작할 이유보단 시작하지 못할 핑계가 더 많았다. 절대 유튜브를 하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지 말라는 대도서관의 영상을 봤지만, 어느새 하고 있던 일은 유튜브를 하는데 방해된다는 핑계를 대는 용도가 됐다. 당시 V Live에서 매주마다 진행하고 있던 캐스퍼라디오 ‘하박국의 박국박국해’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9월까지 방송을 하고 마쳤다. 그전까지 유튜브 촬영한답시고 두대의 카메라- 파나소닉 LX100과 G7을 구입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잘 나가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대부분 소니를 쓰던데… 스마트폰으로도 유튜브를 만드는 시대지만 ‘리뷰 영상 올리면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새 카메라 소니 RX100 M5A를 구입했다. 고정수입이 사라지고 지출은 늘었다. 이제 갈 곳이 없다. 하루동안 촬영하고 이틀 간 편집해 2018년 10월 7일 첫 영상을 올렸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OvXyM_HIoamg3K7eeFSL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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