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엘 2017.10 기고
Up
지난 7월 모 일간지 사설에 ‘젊은이들이 싸구려 댄스 음악에 열광하며 록 음악은 부모 세대 음악이라 더는 쿨하지 않다고 여기’는 걸 비난하는 기사가 실렸다. 펜더의 첫 블루투스 스피커 펜더 몬터레이는 위 사설을 쓴 부장 기자를 위한 제품처럼 보인다. 펜더 몬터레이는 펜더 앰프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두툼한 프레임과 철 스피커 망. 상단에는 트레블, 베이스, 볼륨을 조정할 수 있는 노브가 달려 있다. 전원을 켜거나 기능을 조절하면 효과음으로 기타 소리가 들린다. 방 한구석에 두기만 해도 절로 록 마니아의 인테리어가 되는 디자인이다. 출력은 120W. 출력 좋기로 소문난 보스 사운드링크 미니2가 20W 급이다. 펜더 몬터레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지미 헨드릭스의 ‘Purple Haze’ 같은 곡을 최고 출력으로 틀어보자. 지불한 돈이 아깝진 않을 것이다.
Down
그래서 음악을 틀었더니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싸움이 났다. 그럼 제품을 들고 사람 없는 곳으로 나가볼까. 아뿔싸. 펜더 몬터레이에는 배터리가 없다. 전원이 연결되어 있을 때만 소리를 낸다. 배터리도 없는데 왜 이렇게 무거운 걸까. 이 제품을 쓰기 위해선 방음이 되는 전용 스튜디오라도 있어야 하는 걸까. 와중에 패키징은 뻑뻑하게 되어 있어 제품을 꺼내다 손가락에 상처가 났다. 록이야 잘 나오는 걸 확인했으니 위에 언급된 ’싸구려 댄스 음악’을 틀어 보자. 베이스의 출력은 강하지만 그 때문에 각 음역이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디스토션 이펙트로 뭉개진 기타 소리가 중심인 록 음악을 들을 때 현장감을 느낄 순 있겠지만 높은 해상도와 고른 음역대를 느끼기는 어려운 음질이다. 스피커 대신 기타 앰프에 선을 꽂아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펜더 몬터레이의 가격은 50만 원이다. 이 가격에 크고 무겁고 배터리도 없고 록 음악에 특화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야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사설에서 꼰대질을 해도 잘리지 않고 높은 연봉을 받는 록 마니아 기자라면 모를까. 저성장시대 큐브에서 살며 록을 쿨하지 않다 생각하는 젊은이에게는 살 이유도, 여유도 찾기 어려운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