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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박국 Apr 26. 2016

바깥귀길 안에서 저음역이 진동이 될 때 일어나는 일

루엘 5월호 기고 - 듀얼스 우퍼 이어폰 T3 P

듀얼스의 우퍼 이어폰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했다. 달성한 목표금액은 839%. 우퍼는 스피커에서 저음역을 담당하는 유닛이다. 저음역은 최근 이어폰 세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둔 음역이다.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직접 몸으로 강력한 킥과 베이스 사운드를 경험한 이가 실 생활에서도 같은 경험을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듀얼스 우퍼 이어폰이 크라우드펀딩에서 큰 성공을 거둔 건 다른 이어폰이 아직 이 욕구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어폰에서 저음역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이어폰 업계는 베이스 EQ를 일정 이상 부스트 시키거나 인이어의 밀폐도를 높이는 방법을 써왔다. 듀얼스 우퍼 이어폰은 에어 플로우 홀스와 우퍼 사운드 BT 유닛을 통해 저음역을 표현한다. 전자는 인이어의 단점인 소리가 명료해지지 않는 점을 보완한 것이고 후자는 인이어의 밀폐도를 골전도에 직접 닿는 진동으로 보강한 것이다. 리뷰에 사용한 T3 Pro는 듀얼스 우퍼 이어폰에서 우퍼 성능과 명료도 모두 높은 상위 모델이다. BT 유닛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동봉된 튜닝 스티커를 붙여 공기 홀을 막아야 한다. 공기 홀은 총 네 개로 막을수록 진동이 커진다. 테스트를 위해 T3 Pro를 아이폰6s에 꼽았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Limit To Your Love"를 스트리밍 퀄리티 320 Kbps로 스포티파이에서 플레이했다. 고막으로 직접 주파수 파형이 훑고 가는 느낌이다. T3 Pro는 소리보다 진동에 가까운 저음역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확실히 T3 Pro는 다른 이어폰에 비해 확장된 경험을 준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경험이 제대로 된 음악적 경험인가는 다른 이야기다. 귓속에서 진동하는 BT 유닛은 내게 이 곡을 더 음악적으로 아름답게 들리게 하는가? T3 Pro의 진동을 통해 저음역을 충분히 표현하는 스피커 앞에서 곡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좋은 음악적 경험으로 들리진 않는다. 이 곡의 중간에는 워블 베이스라 불리는 저음역으로 구성된 구불구불한 신스 베이스가 나온다. 평소 가장 좋아하는 파트인 이 부분을 T3 Pro로 들을 때는 좀 괴로웠다. 안마기와 같은 진동이 계속 귀를 간지럽혔기 때문이다. 저음역을 잘 들려주기 위해 탄생한 기기가 정작 저음역이 강조된 음악을 들을 때는 해가 되는 셈이다. T3 Pro의 가장 큰 문제는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처럼 소리와 진동이 통합된 음악적 경험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T3 Pro는 이어폰이 제대로 된 저음역을 경험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도구임을 다시 일깨워주는 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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