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술인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박국 Jan 06. 2016

내겐 너무 애매한 당신

루엘 1월호 기고- 서피스 프로 4 리뷰 

서피스 프로 4의 구성품은 태블릿과 스타일러스 펜이다. 아이패드 프로의 스타일러스 펜인 애플 펜슬이 비싼 가격에 별도로 판매되는 것에 비해 인심이 후하다. 자, 이제 전원 버튼을 눌러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음을 알게 된다. 들고 뭘 하기엔 크고 무겁다. MS 스토어에는 유튜브 공식 앱도 없고 터치 제스처는 유려하지 않다. 펜을 이용한 일만 하기엔 기기의 스펙과 가격이 사치로 여겨진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액세서리가 있다. 키보드와 터치패드가 포함된 타입 커버다. 가격은 16-17만 원. 인심이 후하단 표현을 취소하고 타입 커버를 사자. 이제야 좀 쓸 만하다. 키보드는 또각또각 타이핑할 수 있고 터치패드의 조작감도 괜찮다. 서피스 프로의 OS인 윈도즈 10에는 데스크톱 모드와 태블릿 모드가 함께 있다. 데스크톱 모드에선 기존에 윈도 PC를 쓰던 것처럼 오피스로 문서 작업도 하고 스팀에서 받은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다. 계속 타입 커버로 조작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의문이 든다. 랩톱으로 쓰기 위한 용도라면 왜 다른 기기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이 제품을 사야 하지? 



애플의 태블릿은 아이폰의 세계를 확장했다. MS의 태블릿은 PC에 새로운 세계를 더했다. 지금껏 PC가 구축한 세계를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다. 기존의 거대한 세계에 비해 새로운 세계의 존재감은 작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일까. 모양새가 어색하다. 어색함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부분이 전원 관리다. 애플의 태블릿은 전원 버튼을 누르면 대기모드로 진입하고 그 상태에서 알람이 울린다. 배터리 소모는 극히 적다. 서피스 프로는 전원 버튼을 누르면 절전모드로 진입 후 어느새 전원이 내려간다. PC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모도 크다. 제품을 켤 때면 다양한 버그가 괴롭힌다. 제품의 정체성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용 감을 해치는 애매함은  한둘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태블릿 용으로 개발된 음악 앱으로 음악을 듣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계속 음악이 흐르지만 데스크톱 용 음악 앱은 전원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끊긴다. 



애플은 OSX와 iOS를 통합하는 대신 아이패드에 펜과 키보드를 추가하고 '프로'를 덧붙였다. 아이패드 프로 역시 아직 애매하다. 타이핑을 제외한 모든 조작을 스크린에서 해야 하고 파일의 이동은 자유롭지 않다. 애플 펜슬의 성능은 막강하지만 직접 결과물을 내기엔 부족하다. 프로의 의미는 생산성이지만 기존 아이패드 플랫폼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런데도 아이패드 프로에 쏟아지는 환호는 앞으로 만들어질 생태계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서피스 프로 4는 MS의 통합 OS인 윈도즈 10 발매 후 최초의 서피스 시리즈다. 제대로 된 첫 서피스 프로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만듦새도 괜찮다. 서피스 프로는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모바일과 데스크톱의 통합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로써 서피스 프로 4는 대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으로 보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