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박국 Oct 10. 2016

그들 각자의 옥토버페스트 한잔의 룰루랄라와 사운드마인드

바자 2016.10 기고


한잔의 룰루랄라(이하 룰루랄라)를 처음 알게 된 건 2010년 홍대입구역 부근의 두리반에 드나들며 부터다. 당시 두리반은 도시재개발로 칼국수 집이었으며 다시 칼국수 집이 되길 희망하는 투쟁 현장이었다. 룰루랄라는 문명에 거부당한 두리반에 거주하는 활동가와 음악가가 맛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문명이었다. 당시 룰루랄라는 전 만화잡지 편집자가 차린 핫초코가 맛있고 만화책이 많은 카페였다. 두리반 투쟁은 성공리에 끝나고 그 앞 근처에는 커다란 종합쇼핑몰이 들어섰다. 룰루랄라와 다시 연을 맺은 건 2012년 카페에서 만드는 먼데이서울이라는 공연에 참여하면서다. 경쟁할 공연이 없던 월요일 당시  생소한 브랜드였던 세븐브로이 맥주 한 잔과 저렴하게 공연을 볼 수 있는 먼데이서울은 독립 음악 팬들에게 소소한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즐겁게 진행되고 있다.

사운드마인드는 밴드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 걸의 기타리스트 이재훈이 2013년 친구들과 모교 앞에 차린 바다. 처음부터 공연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고 늘 한국 독립 음악과 영미 록이 공간을 채운다. 다양한 인디 음악가들이 공연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재훈의 학교 후배들이 하는 밴드들의 공연이다. 이미 한국 인디 신에 걸출한 밴드를 배출한 서울대는 관악 신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양한 밴드가 활동하고 있다. 몇 번 영기획 음악가가 공연하기도 했던 이 공간에서 2014년 말부터 영기획 연말 공연 및 파티가 열리는 짧은 전통이 생겼다. 일 년간 영기획의 음악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리고 모이기 힘든 영기획 음악가들과 송년회를 즐기기 위함이다. 

아마 많은 분이 여기에 올 문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가장 맛있는 맥주는 이곳에서 기획한 공연을 마치고 마시는 맥주다. 맥주는 늘 긴장 후 이완의 좋은 친구니까. 기분 탓만은 아니다. 바이크, 보드게임 등 늘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룰루랄라 사장과 음악하는 사람은 주당이라는 편견을 배반하지 않는 사운드마인드 사장은 모두 맥주 마니아다. 이들은 성실함과 탐구 정신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맥주를 추천한다. 최근 한국의 맥주 문화가 재미있어진 건 다양한 곳에서 수제 맥주가 생산되고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립 음악 문화가 재미있는 이유 역시 이들의 존재에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공정도 경쟁도 필요 없는 아이돌의 탄생 - I Of 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