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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하여 알아야 할 패치

불편함과 답답함 미리 보기 편

by 최 콩

벌써 귀국할 날이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작년 미국 출국을 준비하며 짐을 꾸렸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간은 언제나 그렇듯 물 흐르듯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달리 생각을 해보면 아직 80여 일이 남아 있다. 회사를 다닐 때 연달아 3일만 연가를 내려고 해도 연가 중에 업무 관련 이슈가 없을 것, 대무자가 연가가 아닐 것 등을 고려해서 귀하게 얻어낸 3일이 아닌가? 그런데 나에겐 아직 80일이나 남아 있다. 오늘은 미국에 9개월 살면서 느낀 한국과 다른 미국 생활의 불편함에 대하여 써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도어록을 도입하고 싶어요


나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아파트에 산다. 미국에 살면 한국보다 챙겨야 할 물건이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집열쇠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도 아파트 키를 대고 원하는 층을 눌러야 올라갈 수 있다. 집 앞에 마트에 갈 때는 물론이고 1층 우편함에 우편물을 찾으러 갈 때도 집키를 들고 가야 한다. 따라서 집을 나설 땐 나에게 집키와 자동차 열쇠 핸드폰 이 삼단 콤보가 있는지 꼭 체크를 해야 한다.

나의 열쇠 꾸러미

이런 이유일까? 미국에서는 자주 가는 마트와 운동센터 도서관에서 쓰는 회원증을 열쇠고리에 엮어서 쓸 수 있는 사이즈로도 만들어 주고 있다. 미국에서의 거주기간이 길수록 열쇠꾸러미가 각종 회원권, 카드로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서는 18세 미만 아이들에게는 집열쇠가 지급되지 않는다. 만일 한국이라면 나는 당장 열쇠 복사집으로 달려가 아이들 키 두 개를 복사해 집키를 네 개로 만들었겠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1층으로 내려가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온다. 만일 그 시간에 외출 중이어서 집으로의 복귀가 조금 늦어지기라도 한다면 나와 아이 모두 불편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 모든 게 아파트에 한국식 도어록만 있으면 해결될 문제인데 여간 불편하다. 리베에이터의 '취소' 버튼 또한 없는 게 아쉽다. 우리나라에서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잘못 눌렀을 경우 한 번 더 누르면 취소가 되는데 미국에서는 잘못 누르면 그대로 그 층에 서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나만 타고 있다면야 크게 상관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타고 있는데 층수를 잘못 누른다면 뒤통수가 살짝(?) 따가워진다. 어찌 보면 간단한 것 같은 한국 엘리베이터의 취소 기능이 없을 땐 이렇게나 불편한 것이었다니...

취소기능이 없는 엘리베이터


문턱이 높은 미국 병원시스템


한국인들이 미국에서의 생활이 불편한 3순위 중에 하나가 병원진료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별도의 전화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동네 병원에 가서 오래 기다릴지언정 현장 접수 후 당일 진료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병원에 가려면 사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응급진료 외에 당일진료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또 진료비는 어떠한가? 우리 가족의 사례를 보자. 미국에서 거주하는 9개월 동안 우리는 총 세 번의 병원 진료를 봤다. 첫 번째는 나의 피부 발진으로 인한 피부과 진료였고 두 번째는 딸아이 독감진료, 마지막으로는 아들의 열감기로 인한 진료였다. 가장 저렴했던 열감기 진료비는 150달러, 나의 피부발진 진료는 200달러, 독감진료는 검사비 포함 해서 230달러를 지출했다. 독감에 걸리면 타미플루 약값을 제외하고 독감검사와 처방전을 받기까지 한화로 34만 원이 넘 비용이 든다니... 이건 돈 없는 사람은 아프지도 말라는 금액이 아닌가?! 티브이에서만 보던 미국의 높은 진료비를 체험하는 순간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가 얼마나 좋은 제도인지 절로 애국심이 생겨버렸다. 미국에 오시는 분들은 여행자 보험이든 국 실손보험이든 반드시 들고 오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행정기관 일처리 속도 무슨 일이야?!


미국에서 운전은 필수이기에 한국에서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서 왔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서는 국제 운전면허증만으로도 운전이 가능한 곳이 있는가 하면 내가 속한 버지니아 주처럼 버지니아 운전면허증으로 교체해서 발급받아야 운전을 할 수 있는 주가 있다. 버지니아 주로 이주를 한 주소지가 있는 거주민인 경우 주소지가 나온 후 60일 내에 버지니아 운전면허증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데, 한국인들 사이에 이 운전면허증을 담당하는 기관인 DMB(Department of Moter Vehicle)의 일처리 속도가 느리기로 악명이 높다. 국에서는 두 달의 기간 안에 행정업무를 본 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가 미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편과 나는 버지니아 운전면허증으로 교체를 하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해서 인터넷으로 접수했는데 20일이 지나도 회신이 없다. 우리나라 같으면 온라인으로 간편히 회신을 줄텐데 여기는 집 우편함으로 공문서로 회신을 준다. 21세기에 아날로그 방식의 회신이라니... 나는 연애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1층 우편함을 열어보고 또 열어봐도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보낸 쓸데없는 할인쿠폰 팩만 잔뜩 와있고 정작 가 기다리는 DMV공문은 없다. 접수한 지 한 달이 지나고도 회신이 없자 우리는 DMV를 아침 일찍 찾아갔다. 아하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많이도 와있었다.

DMV 번호표와 운전면허증 교환 신청서

번호표를 뽑고 얼마쯤 기다렸을까? 우리 순서가 되어서 사전에 작성한 신청서를 다시 냈더니 접수하는 직원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모르는 듯 보인다. 옆에 창구 직원에게 묻고, 그 옆에 창구 직원은 또 건너편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 점점 불안해진다. 과연 나의 신청서는 제대로 기간 내에 처리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고도 우리는 그날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번 더 찾아가서 겨우 신청을 할 수 있었다.(신청 후 또 우편 회신을 기다려야 한다. 나의 인내심까지 길러주는 미국 행정서비스) 일 리 빠른 한국 공무원들을 곳에 파견 나오도록 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지만


집 열쇠 들고 다니기 , 취소버튼 없는 엘리베이터, 힘든 병원이용, 느린 행정처리 속도 등 미국 생활의 단점은 불편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또 이런 환경에 적응을 해 나간다. 특히나 병원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한국에서보다 몸상태를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가족건강에 더 신경 쓰는 으로 인해 덜 아픈 거 같은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나 역시 한국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한국에서 편리하게 누리고 있던 것들이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니 비록 한국에 많은 정치 이슈가 있고 미국에는 없는 미세먼지가 있지만 나라 내 조국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구구절절 알게 되었다. 말이지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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