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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나의 동심을 부탁해

올랜도 디즈니 월드에 가다

by 최 콩

나는 인생영화 3편을 꼽으라면 그중 두 편이 만화일 정도로 만화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극장에서 디즈니 만화영화를 볼 때 디즈니 성을 배경으로 '따라라 라라라~' 하면서 오프닝 배경음악과 함께 폭죽이 터지고 별이 성뒤로 날아가며 반원 모양의 포물선을 그리면 세상 모든 근심은 스크린 밖에 잠시 접어 둔 채 만화 속 상상의 세계에 바로 뿅! 빠질 준비가 완료된다.


안녕! 디즈니 월드


미국에는 각 주마다 부활절 봄방학이 있다. 내가 속한 버지니아 주에도 4월 14일부터 일주일간 봄방학이어서 이 기간을 이용해 우리 가족은 올랜도 디즈니 월드를 방문하였다. 버지니아에서 두 시간 반정도 비행기를 타면 올란도에 있는 디즈니 월드에 갈 수 있다.

온통 먹거리로 채워진 수하물

우리 가족이 묵을 숙소엔 전자레인지를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는 후기가 짐을 꾸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끼마다 밥을 사 먹을 순 없기에 나는 하루 한 끼 정도만 외식을 하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서 간단히 해결할 생각으로 컵누룽지, 사발면, 햇반, 3분 카레 등을 수하물로 가져갔다. 수하물의 여분 칸이 많이 남아 가족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말린 망고, 육포 등 간식도 챙겨갔는데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대기할 때 여간 요긴했다.


놀이기구 취향도 모두 다른 우리 가족


남편과 나는 놀이기구에 취약한 편이다. 놀이기구만 생각한다면 놀이동산은 남편과 나에겐 매우 가성비가 떨어지는 장소이다. 그런데 취약한 종류도 둘이 다르다.

남편은 3D 울렁증이 있고, 나는 3D에는 비교적 강하나 빙글빙글 도는 이기구는 나에겐 아주 쥐약이다. 해전 한국에 있을 때 가족여행으로 간 롯데월드에서 컵이 빙글빙글 도는 그야말로 아기들도 타는 회전컵 그날의 첫 놀이기구로 탔다가 나는 어지러움이 생겨 그 이후 더 이상 놀이기구를 못 타고 벤치에 계속 앉아 있는 신세가 됐다는 슬픈 이야기가 우리 집에서는 잊을만하면 나의 흑역사로 들린다. 나는 그날 일기에 "나는 놀이기구를 타기에는 이제 Old 하고 Weak 하다"라고 적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남편과 나는 놀이기구에 취약하고 둘째는 우리보다는 조금은 나은 편이고 첫째는 여느 중고등학생처럼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즐기는 편이다.


여보 안경은?


첫날은 디즈니월드 4개 테마마크 중 애니멀 덤이라는 동물 사파리가 있는 곳에 갔다. 이곳의 가장 유명한 놀이기구는 'Avatar Flight Of Passage'이다. 이 기구는 아바타 영화 배경과 같은 지형에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해볼 수 있는 3D어트랙션으로 후기에는 '인생놀이기구', '다시 타고 싶은 놀이기구'등 호평이 가득이다.

아바타 압구(왼쪽), 대기공간 아바타 모형 전시(오른쪽)

드디어 오후 3시 30분쯤 우리도 아바타 대기줄 앞에 섰다. 4분 남짓한 아바타를 타고 나온 후 " 개 재밌어! 한번 더 타자"는 아이들의 반응과 달리 남편은 너무 어지러워 타는 도중 눈을 감았다고 하며 몽롱한 표정이다. 아바타를 탄 후 첫째는 무섭다는 '에베레스트'를 혼자 타러 갔고(다른 가족은 탈 사람이 없다.) 둘째와 우리 부부는 고릴라를 보러 고릴라가 있는 곳으로 가던 도중 급한 화장실 신호가 온 남편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고릴라를 보면서 남편을 20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20분이 곧 40분이 되어갔다. 걱정이 된다. 째와 나는 남편이 뛰어간 화장실로 찾아갔다. 남편에게 남자화장실 입구에서 톡을 한다.


"괜찮아?"

" 아니.. 화장실에서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바로 또 신호가 오네..."

" 챗 지피티에게 물어보니 3D 멀미가 있으면 그럴 수 있다고 해.. 글쎄 얘가 나를 위로도 해 준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신난 첫째와 다시 만난 우리 셋은 아바타를 한번 더 타러 갔고, 아빠는 그늘에서 그동안 쉬며 안정을 취하는 걸로 했다. 몇 년 전 롯데월드에서의 내 신세가 된 남편이었다. 다음날도 아빠의 3D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둘째 날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갔는데 이곳은 스타워즈, 이스토리 등 각종 디즈니 대표 영화 테마로 해서 꾸며 놓은 마파크이다.

헐리우드 스튜디오 내 스타워즈 어트랙션 내부

디즈니 월드는 놀이기구뿐 아니라 중간중간 공연을 볼 수 있는 연장이 많다. 이곳은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실내에서 쉬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도 중간중간에 겨울왕국, 미키 미니 공연 등을 보았는데 아기자기한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4월인데 벌써 더운 올랜도의 한낮 더위를 피하기에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3D공연을 보고 나온 남편의 손에 3D 안경이 들려져 있다. 분명 반납을 해야 하는데 들고 나온 것이다. 알고 보니 본인의 안경을 반납하고 3D 안경이 본인 안경인 줄 알고 가지고 나온 것이다. 우리 가족은 안경을 다시 찾은 뒤 극장 앞에서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아빠의 강력한 흑역사 하나가 새롭게 추가된 순간이었다.


' 남편, 3D 많이 힘들었어?'


규정은 어기고 싶진 않아요


디즈니에서 마지막날인 셋째 날 우리는 '매직킹덤'에 있었다. 매직킹덤은 디즈니를 상징하는 신데렐라성이 있고 밤에 불꽃놀이가 열리는 테마파크이다. 신데렐라 성을 배경으로 딸에게 인생사진을 남겨줄 생각으로 아마존에서 딸이 좋아하는 만화주인공인 백설공주 코스튬을 미리 준비한 나는 매직킹덤으로 가는 날 아침 딸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가까이에서 본 신데렐라 성 모습

"엄마 디즈니 월드 규정상 13세 이상은 코스튬을 입는 게 허락이 되지 않는대요"

"에이, 엄마 많이 봤는데.. 너도 봤잖아.. 사람들 공주 옷 같은 거 입고 다니던데.."

"13세 미만인가 보죠..."

"네 얼굴에 나이가 쓰여있어?, 그냥 입어도 돼"

"준비한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안 입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우리 집 공식 FM인 딸이랑 옷을 입니 못 입니로 옥신각신해 봐야 소득 없이 내가 질게 뻔한걸 익히 알고 있는 나는 더 이상의 논쟁은 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옷을 머리띠와 함께 가방에 챙겨 넣었다. (지금 생각해도 잘 한 부분)


트동단결 : 트론으로 대동단결


매직킹덤에서의 가장 유명한 어트랙션은 TRON Light cycle run(론)이다. 트론은 영화 트론 모티브로 한 2023년 4월에 오픈한 최신 롤러코스터로 오토바이를 타는 자세로 탑승하여 최대시속 96Km/h까지 느낄 수 있는 스릴 넘치는 속도감과 미래적인 분위기의 놀이기구이다. 이기구에 욕심이 없던 남편마저 타고 싶어 하는데 정작 여기서는 둘째가 또 한걱정을 하고 있다.

트론 내부 대기 공간의 모습, 곧 우리 순서이다.

"엄마 트론은 아침에 우리가 탄 엄마가 무서워한 스페이스 마운틴보다 딱 두 배가 빠른 속도예요.. 엄마 괜찮겠어요?"

라고 나에게 연신 물어보는데, 실은 둘째 손에서 식은땀이 나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고 챗지피티를 의지해가며 3D멀미가 있는 사람도 타도 되는지, 혹시 그간 트론에서의 벨트가 풀리는 등의 안전사고는 있었는지 등을 계속 물었던 쫄보 우리 가족은 결과적으로 족 모두 함께 정복한 놀이기구가 되었다.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우리가 드디어 해냈어! 트론으로 대동단결이야"


세상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만나다.


디즈니에서 있었던 3일 동안 나는 놀이기구를 탔던 것도 공연을 본 것도 좋았지만, 숙소에서, 놀이기구를 기다리면서 , 식당에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본 것이 참 좋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3대가 함께 온 가족의 모습도 많이 보였고, 봄방학을 이용해서 온 아이들이 엄청 많았는데 그중 휠체어를 탄 걷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첫째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걷는다는 것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참 특별한 일이었네요" 아마 첫째도 나와 비슷한 각을 한 것 같다. 한 공연에서 관중이 참여하는 참여형 공연이었는데 마이크를 받은 관중은 어디서 왔는지 소개를 하였는데 독일에서 온 가족, 미국의 각 주에서 온 가족, 우리와 같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온 가족 등 세계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보았다. 가족의 형태로 묶여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온 가족 모두가 다 특별해 보이고 귀해 보였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가족은 없었다.


우리가 놀이동산에 오는 이유

디즈니에 있는 동안 나는 현실 세계의 걱정이 되지 않았다. 나의 관심은 오직 어떻게 하면 덜 기다리고 탈(볼) 수 있을까? 와 숙소에 가면 내일을 위해 무조건 일찍 자야 내일 일찍 입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컵라면 하나 끓여 먹고 다음날을 위해 씻고 자기 바빴다. 다른 걱정이나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놀이동산을 찾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잡한 현실은 잠시 잊고 오로지 놀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그야말로 법의 공간인 것이다. 마치 내가 극장에서 디즈니 만화를 볼 때와 같이 오로지 영화에만 신나게 집중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디즈니에서 인생사진을


괴연 첫째는 백설공주 옷을 입었을까? 디즈니월드 규정을 어기기 싫어하는 딸에게 나는 불꽃놀이가 끝나갈 때쯤 가방에 싸 온 코스튬을 입게 했다. 딸도 한낮이면 입지 않았을 텐데 20분 정도로 진행된 불꽃놀이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퇴장할 무렵 옷을 갈아입은 딸은 마치 디즈니 성을 독차지한 것처럼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딸과 신데렐라성

한 낮엔 바글바글했던 사람들도 불꽃놀이가 끝나자 각자의 숙소나 집으로 돌아갔고 버지니아에서 온 네 명은 한동안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디즈니월드에의 마지막밤을 그렇게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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