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전에 (1)

by 교씨

정말 오랜만에 굿모닝이라고 내뱉으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굿모닝이란 내가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한 루틴 중 하나였었는데, 이 말을 안 뱉은 지가 반년쯤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신선한 아침 시간을 자칫 탁하게 만드는 스마트폰의 좋지 않은 기능들은 뒤로하고 유튜브에 아침 명상을 검색해 명상을 했다. 물론 집중이 잘 되진 않았지만,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바다에 놀러 가서 사용하려고 산 무늬가 어지러운 듯 정갈하게 들어간 돗자리에 앉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뱉기를 반복했다. 그다음은 난이도가 올라 한쪽 코를 막고 숨을 들이쉰 다음, 다른 한쪽 코로 숨을 내뱉고 그렇게 교차 반복을 했다. 정신없이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집중을 하였고 잠깐의 무아지경 상태를 경험했다. 하지만 금세 강박이 무아지경 상태에 금을 내고 그 틈으로 슬며시 들어와 앉았다. 다시금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들을 마주했다. 어젯밤 잠에 들기 전에 다짐을 했었다. 금방 깨질 다짐이란 걸 알지만, 이 의미 없고 나를 갉아먹는 강박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기 전에 어서 정신 차리자고 말이다. 강박은 강하다. 무지막지하다. 내가 나약한 걸까. 내 삶이 점점 망가져가고, 빼앗기고 있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마음먹는다는 걸로는 녀석들에겐 콧방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 아침을 거를까 했지만, 아침을 거르면 정신이 맑아지지 않고 그러면 좋지 않은 생각들에게 감염되기 쉽다. 냉장고에서 달걀 2개를 꺼내 냄비에 수돗물과 굵은소금을 넣고 12분간 삶는다. 그 시간 동안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외할머니가 건네준 핸드드립 세트를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핸드드립 내리는 영상을 찾아보고 가장 기억하기 쉬운 방법을 정해 그 방법으로만 주야장천 써먹고 있다.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한 가지를 습득하면 매몰되기 쉽다. 결국 머릿속으로 다 알고 있는 체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편협한 것에 불과하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강박과 머릿속에서 씨름을 벌인다. 도무지 이길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일단 그 시합은 보류해 놓고 커피를 마저 내린다. 그리고 울리는 12분 타이어. 잘 삶아진 계란을 찬물에 한번 식힌다. 그리고 껍질을 벗겨 접시에 옮긴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인 밖이 훤히 보이는 부엌에 자리를 잡는다. 스탠드와 책, 일기장을 뒤죽박죽 펼쳐 놓는다. 강박에게 보란 듯이. 담백한 계란과 쌉싸름한 커피의 조합은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창밖을 본다. 전지가 잘 되어 있는 소나무들이 저 멀리서 자신들을 뽐내고 있다. 밤새 비가 왔는지 땅이 축축하게 젖어있고 하늘은 흐리다. "참, 나 비를 좋아했었지" 흐린 날을 보며 마음이 평안하다 싶었는데 내가 뭘 좋아했는지도 잊고 지냈었다. 심해진 강박들과의 사투를 벌이느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새카맣게 잊고 지냈다. 그 사이 글도 거의 쓰지 않았었다. 오래간만에 글 좀 쓰려고 먼지 쌓인 노트북을 꺼내 들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서 인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부엌에서 창밖에 흐린 하늘과 뽐내는 소나무들을 보며 글을 쓰고 싶었는데, 하는 수없이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몰입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몰입은 아주 단단한 방어막을 만들어 그 무엇도 들이지 못하게 한다. 몰입하는 시간들을 늘리다 보면 언젠가 이 강박들도 물러날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헛된 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