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오늘을 버리면 내일은 새로울까

by 교씨

정갈한 하루를 보내려고 매일같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이란 것은 본래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는 것인데 애당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심이 그득하면서도 정갈한 삶을 원한다는 건 모순이라는 표현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설사 하루를 정갈하게 잘 보내고 있다 하더라도 그 하루 안에서 무조건 한 번은 뒤집히기 마련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하루를 정갈하게 보내본 적이 없으면서도 매번 똑같은 노력을 기울인다.

다른 건 꾸준하지 못한 반면 이것 하나만큼은 뭐랄까, 성공한 사업가이다.

이것에만 집중하고, 집착하고, 몰두한다.

내 힘이 닿는 데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이뤄보겠다는 발버둥을 친다.

어떤 날엔 그렇게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날린다고 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애초에 안될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하루가 뒤집힌 날은 모든 것들이 무감각해지고 만다.

모든 것이 귀찮고 완벽한 내일을 또다시 기대하며 미루고 미룬다.

그렇게 내 삶은 계속 미루어져 왔다.


언제부터 밀려왔을까. 언제부터 이 강박만을 위해 살아왔을까.

성인 된 후부터는 계속해서 그래왔고, 학생 때도 그랬었나,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이 루틴은 꽤 오래 잘 유지 중이다. 나름 끈기와 인내가 넘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신기하다. 다른 모든 것에는 끈기가 오히려 부족한 편에 속하는데, 이렇게 적고 보니 대단한 끈기구먼.


내 삶의 숙주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말하니 조금 혐오감이 들기도 한다.

숙주볶음은 참 맛있는데 강박이라 해야 할지 아직 이름도 제대로 붙이지 못한 이 친구는 맛은 확실히 없다.

게워내고 싶을 정도니까. 게워내고 나면 뇌까지 시원해질 것 같은 기분이다.

유튜브 찾아보니 뇌의 한 부분이 고장 난 거라고 한다.


나와 비슷한 친구가 있다. 비슷한 면이 있지만 나보다 멋있다고 생각하는 친구이다.

그 친구를 만나면 이것들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곤 한다.

그 친구는 나름 깨달음을 얻은 듯 보였다.

그 사나이는 안 해서 불편할 바엔 그냥 하고 속 편하게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친구가 해준 이 말이 뇌리에 남는다.


"어차피 우리는 갱생이 안된다"


갱생이 안되니 이 자식과 잘 지내봐야지 했다가도 잘 지내기는 개뿔, 끌려다니기 일쑤다.

아주 가끔 이놈을 받아들이거나 때론 거부했을 때 잠시나마 자유의 몸이 될 때면 그 해방감이 참 좋다.

젠장, 쓰다 보니 내가 너무 가엽구먼 그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오늘 하루는, 내일은 완벽할 것이라 바보 같은 기대를 다시금 해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이 기대감이 원동력이 되고 또 살아가게 한다.

개뿔, 뇌 좀 수리해야 할 듯하다.


사소한 성취는 모른 체하고, 먼지만큼도 안 되는 상반되는 모든 것들에게 나는 삼켜지기를 반복하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바보 같은 기대에 기대어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삶은 원래 뒤죽박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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