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날

by havefaith

그래 눈이 왔으면 좋겠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눈물이 고이는 걸 보면서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하늘은 여즉 맑은데 내 세상만 흐리다
어쩌면 우는 연기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늘을 잘 보내면 나는 나한테 칭찬을 좀 해줘야지
울지 않고 지나가보자 다짐도 했는데
결국은 자리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안 좋은 습관이다
소리도 안내고 물만 똑똑 떨어뜨리면
종일 마음이 젖어있다

누군가 내 우는 모습을 봤다면
민망해하면서 더 와르르 주저앉고 싶었다
따뜻하게 말 한마디 해주었으면
어깨를 툭툭 무심하게 쳐주었으면
이 아린 마음을 안아주었으면

그러나 나는 그 여러 사람 곁에서 혼자 울었다
왜 우냐고 물으면 머쓱거리며 웃을지도 모른다
그냥 눈물이 나서 울고 싶어져서
눈물이 고인 걸 삼키지 못하고 넘쳐버려서
토란대에 올라탄 물방울처럼
굴러다니다 떨어져버렸다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듯
굶주린 마음에 눈물을 담았다

그래 오늘은 좀 울어야겠다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추위에 모락모락 내리는 눈이
스며들지 않고 머리에 어깨에
쌓이면 좋겠다
혼자가 아니야
오늘은 나도 힘겨운 날이야
스며들지 않고 뽀드득거리며
내려앉으면 좋겠다


이렇게 혼자만 절절한데
별로 생각나는 사람도 없다
혼자 아픈 게 서러운데도
다행이기도 하다

이유를 묻지 않아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이게 다 눈이 내릴 거라서

우중충해서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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