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
페스티벌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축제에 가수들의 공연을 보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다녀온 것이 전부다. 콘서트만 가게 되었을 때도 어찌나 기분이 묘하던지! 수많은 페스티벌이 있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도 하는 일이 있어서보다는 마음만 혼자 바빴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만의 편견도 있었을 것이다. 나와 페스티벌이라니 왠지 잘 어울리는 그림이 아니라고. 막상 그래놓고 주변이 들썩들썩하면 나도 내적으로 들썩거린다. 걱정도 든다. 사람이 많아야 재밌지만 사람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불편한 문제도 있지 않은가. 지친 강아지마냥 후들거리며 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 여기까지가 페스티벌을 가보지 않은 이의 흔한 뇌내 걱정이다.
그러나 마음을 바꿨다. 안 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렴 어떻겠나,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안 해보는 것들은 이러다 영영 해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다양한 라인업의 가수들, DJ들에게 기운을 뺏기기는 커녕 좋은 기운을 받고 올 수도 있다. 그 외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5월 한 달이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여태까지 잘했다고 작게 축하하고 싶기도 하고. 6월의 시작을 페스티벌로 보내고 기분 전환한 후에 으쌰으쌰 올해의 하반기를 보냈으면 싶었다.
그리하여 곧 처음 가는 페스티벌이 될 "2019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 자라섬에서 6월 1일 ~ 2일에서 만날 수 있다. 라인업에 이름을 아는 출연진이 많아서 반가웠다. 진짜 친한 것도 아니지만 마음으로 친근한가 보다. 목록을 보면 오, 여기저기 다 궁금해진다. 출석을 부르듯 별 헤는 밤처럼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볼까. 대체로 어머니와 TV에서 각종 음악 프로그램을 보며 알게 된 경우가 많아서 추억을 함께 풀어보려 한다. 요즘 나날이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잔나비. 어머니가 잔나비 띠라며 처음 표현을 알려주셨는데 밴드 이름이 같아서 신기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 피자 와 고기 먹방, 자취생활을 보여주며 더 많이 알려진 느낌이다.
근황이 궁금하던 멋진 보컬의 샘김과 케이윌.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기타를 치던 친구는 기타도, 노래도 엄청난 성장을 해서 이렇게 멋지게 활동을 하고 있다. 케이윌은 웃는 게 시원해보이는 것처럼 노래도 시원한다. 존박은 가끔 '빙구'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노래 할 때는 세상 중저음이 멋있다. 어머니는 가끔 그 친구들은 뭐 하고 있냐며 옆집 사람처럼 안부를 물어보신다.
남녀노소 누가 싫어할까 싶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시원시원한 소리가 좋았던 YB. 로커이지만 어떤 장르를 불러도 시원시원하게 소화가 된다. 어머니는 은근한 락 스피릿이 있으셔서 로커들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오래된 <사랑했나봐>를 처음 듣고 가사가 와닿지도 않으면서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MFBTY(타이거JK, 비지, 윤미래). 공연을 할 때의 윤미래와 실제 말을 할 때의 모습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어머니가 신기해하셨다.
몽환적인 멜로디에 좋은 가사가 인상깊었던 백예린.목소리가 듣기 좋은 악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15&에서 활동하다가 솔로로 자기만의 음악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멋지다. 달고 담백하고 포근하다.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하고 놀란 표정이 기억나는 벤, 역시나 좋은 가사와 멜로디로 노래가 기대되는 자이언티. <꺼내 먹어요>나 <눈> 같은 곡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정준일, 페퍼톤스, 스텔라장, 빈지노, 아도이, 마틴스미스, 서사무엘, 김보형, SURL(설), SSAY(쎄이), SUMIN(수민)은 노래로만 접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무엇보다 기대가 되는 점은 DJ들. DJ들이 만드는 무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하다. 미리 이름을 불러보자 INSIDECORE(인사이드코어), 타이거디스코, J.E.B(요한일레그릭바흐), 토요(TOYO), 와우(WOW), 전용현. 들썩들썩한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좋은 목소리를 많이 많이 들려주었으면. 페스티벌에서 만나고 나서 후폭풍처럼 키보드 자판에 훨씬 많이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 또 다른 매력은 캠핑이다. 캠핑을 원하면 캠핑권을 함께 구매해서 자라섬에 마련된 오토캠핑장과 캠핑존에서 즐거운 밤을 보내고 올 수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으로 즐거웠던 분위기를 마저 느끼고 오기 충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캠핑은 아무래도 더 인기가 많을 듯 싶어 이번에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준비해야 할 것은 많겠지만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지는 않을까. 안해봤으면 해보면 되지! 싶은 마음이 불쑥 솟는다. 자라섬은 캠핑장으로도 유명하다니 나중에라도 도전해보는 것으로.
2011년부터 벌써 9년이나 되는 든든한 뿌리를 가진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 레인보우라는 이름처럼 이번 스테이지 디자인이 무지개 모양이라 한다. 그냥 무지개가 아니고 조명과 거울이, 구조물이 무지개 모양으로 펼쳐져 있으니 해가 지면 더 영롱하게 빛날 것 같다. 6월의 자라섬에는 5월보다도 더 많은 나무가 파릇파릇 있을 테니 초록초록함으로 눈을 정화하고, 노래로 귀를 정화하고 5월에 열심히 달리고 떠나야 겠다는 기분좋은 다짐을 하게 됐다. 뚜벅이로 페스티벌도 자라섬도 처음이라 어리둥절할 게 많을 것 같지만 처음이라 생생하게 기억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가평의 '가'자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가(可)'라고! 6월의 시작,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 역시 즐거운 '가능'의 목록에 손꼽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 이 프리뷰는 문화의 소통을 강조하는 ARTINSIGHT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