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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by have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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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은 이기적이다. 늘 나 좋자고 글을 썼다. 혼자 휘갈겨 쓰고 처박아 두어도 되지만 읽는 사람을 생각해서 쓰는 게 맞다. 그래서 생각났다. 얼굴도, 아무 정보도 없지만 지금 이 페이지를 보고 있는 당신을 위해 한 편 쓰고 싶어졌다.


이 글을 읽는 지금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실제로는 어색하겠지만 글로 만나는 나는 편했으면 좋겠다.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우선 감사하다.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고민의 끝엔 당신이 서 있었다. 당신의 마음에 들고 싶었던 거다. 당신에 잘 보이고 싶어서 이 고민을 주구장창했다. 당신이 중요한 사람이라서. 누차 말하지만 얼굴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는데도.


외로움에 대한 글이 많을 것이다. 당신도 나만큼 외로울지 모른다. 마음속 수많은 자리 중에 당신을 위한 자리를 남겨 두겠다. 조건 없는 약속이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손해 봐도 되는 거냐고? 그럴 리가 있나. 나도 내 할 일이 있다. 다만 당신이 언제 찾아와도 좋게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당신이 오면 두 팔 벌려 맞이할 것이다. 기쁘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날에는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나를 상상해 주시라. 아주 먼 시간과 멀리서 내가 오고 있다고. 열심히 오고 있는데 당장 없다고 화를 내지는 않으시리라 믿는다.


내 글에서 무엇 하나라도 당신과 닮은 구석이 있다면 여우가 금빛 밀밭을 보고 어린왕자를 떠올리는 것처럼, 나무와 나무 사이에 뿌리 한 부분이 닿은 것처럼 우리는 공통점을 나눈 사이가 된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내 마음을 채워 주었듯

나 역시 그렇게 당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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