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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

by have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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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조언해 주었다. 어서 나이가 젊을 때 다른 곳으로 가라고도 했고, 결혼하고 다니기에는 좋은 곳이니 오래 다니라고도 했다. 잘 나가는 법, 성공을 차지하는 법은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순전히 능력을 잘 발휘하는 경우도 있었고, 업무 능력보다는 이미지나 인맥 관리에 힘쓰기도 했다.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건 두 개를 균형 있게 오가는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후자가 좀 더 이득인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가성비가 좋아 보인다.


궁금해졌다. 대체 성공이란 무엇일까? 높은 자리와 권한? 많은 돈? 많은 친구? 좋은 평판?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 나를 위한 넉넉한 시간? 다른 이들을 지켜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했다. 직장생활 3년이 훌쩍 지났고 여전히 성공에 대한 윤곽을 찾고 있다. 성공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성공이 와주시는데 어휴, 뭐 이런 걸 다, 하면서 받아야지. 어휴, 이러시면 곤란하다며 거절할 이유는 없다.


회의적이고 염세적으로 생각해보자.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의와 믿음을 되새기는 일보다는 정의롭지 못하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할 것이다. 수많은 범죄, 수많은 나쁜 사람과 사건이 더 이상 얼마나 더 우리를 실망시킬 수 있을까 싶게 펼쳐질 것이다. 나도, 누군가도 힘들 때 세상은 어차피 늘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중얼거릴 것이다. 젊은 그대의 밝은 미래 같은 말은 낯설다. 이번 생에 가능할까 역설적인 표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그래도 믿어보겠다는 것이다. 무한하게 긍정적으로 다 잘될 거라는 말은 아니다. 과장하자면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급으로 진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사람, 이 나라, 이 세상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생각하던 성공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거창하게는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오래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오랜 고등교육이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야망 덩어리로 만든 모양이다. 혹은 고전문학에서 배운 청운의 꿈이 내게도 전해졌든지. 물론 무엇이 성공인지 정확하지 않은데도. 된 사람이 좋은 건 알지만 실제론 난 사람이 대우받는 세상이니까.


지금은? 지금의 성공은 내가 바뀌는 것이다. 내가 세상을 당장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내가 바뀌면 그래도 세상이 조금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히어로들처럼 세상을 바꾸려면 자신 있는 게 없다. 능력도, 머리도, 체력도, 열정도. 방향을 다르게 보기로 했다.


멋들어지게 친구에게 말해 놓고 ‘방금 말은 좀 멋있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내 입으로 멋있다고 하면 없어 보이니 여운이나 즐기자. 친구는 방금 말이 멋있다고 해주었다. 역시.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비슷한 글이 있다면서.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I Wanted To Change The World)’로 시작하는 1,100년의 어느 시였다.


“젊었을 때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온 세상을 바꾸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나서 우리나라부터 바꾸려고 했다. 우리나라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 동네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 나는 우리 동네 또한 바꾸지 못한 채 나이가 들었고, 내 가족을 바꾸려고 했다. 이제 노인이 되어 보니 내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 자신이란 걸 깨달았다. 만약 그 때 내가 나를 바꾸었다면 우리 가족을 바꾸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내 가족이 변하면 우리 동네를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우리 동네가 바뀌면 우리나라를 바꾸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나는,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하여간 하늘 아래 멋진 생각, 말, 글은 이미 다 나와 있다. 그럼 어떤가. 여전히 그 내용은 멋지고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나이가 들었을 때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흐뭇한 답시를 남겨 보고 싶다. 많은 걸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바꾸려고 아주 많이 노력했다고. 그리고 정말 조금은 뭔가가 바뀌었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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