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다

[당신과 나에게, 씀]나의 오랜 벗이자 공범

by havefaith

그거 알아?

사실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할 만큼 많아, 나쁜 점


의례히 에이, 너가 어딜봐서 나빠

하는 말을 들으면 찔려

나를 보고 싶은대로 조각만 보아서 그렇지

막상 다 맞춰보고 나면 떠나고 싶어질지도 몰라

무뢰한 범죄자가 아니라 보통 사람이라고

나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확실한 건 없어,

무조건 나쁘고 무조건 좋은 게 더 어려워

이따금 친절했고 이따금 매정했지

과거에 연연하고 얽매이고

미래의 불확실함에 불안해하며

현재를 그 둘을 곱씹느라 흘려보내곤 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

부끄럽고 민망한 기억은 어찌나 잘 떠오르는지

지나치리만큼 쉽게 상처받고 억울함에 화가 나서

뚝뚝 눈물을 떨구다가도

어느 새 고목마냥 건조한 시선을 던질 때보면

가끔 무서워


쉽게 궁금해하고 믿었다가 또 떠나가는 걸 보는게

이제는 익숙한 것도 무서워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해도 좋아

합리화하는거야


마음을 다 주지 않길 잘했어

현명했어 결국 그렇게 떠나갈 거였잖아

이러다 반쪽자리 사람이 되면 정말 나쁠텐데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에게 인색하고 오만한 모순덩어리,

그래도 밉지는 않더라,

미워할 수가 없는 걸지도 몰라

어차피 세상 사람이 모두 등돌려도

나의 오랜 벗이자 공범, 어찌 미워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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