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

[당신과 나에게, 씀]매번 찾아오는 양치기소년에 흔들리는 멍청한 마음

by havefaith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겠지

내일은 다를 거라던 씩씩한 미소가

오늘을 토닥거리던 손길이

잊을 만하면 반복될수록

양치기 소년에 실망한 동네사람들은

소리 소문 없이 문을 걸어 닫았지

할 말 많던 입가는 애꿎은 볼살만 깨물고

해가 뜨고 달이 지듯 휘어지던 입꼬리는

나사 풀린 기계처럼 움직이는 법을 잊었네

동네사람들은 깔깔대며 멍청이를 비웃었지

변명도 못하겠네 한두 번도 아닌데

마음을 조각내어 이어붙이는 걸 즐기는 건 아닌가

매번 찾아오는 양치기소년에 흔들리는 멍청한 마음 하나

왜 문을 살그머니 열어놓았냐 하면

혹여나 늑대를 한번은 만날까 하여

기다림을 놓지 않았을 뿐이라 하더이다

문을 닫으려는 손목을 기어이 붙잡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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