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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에게, 씀]설레는 마음으로 가봐, 끝에 선 너에게 말해줄거야

by havefaith

너는 늘 작은 일에도 말하곤 하지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사실은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을 때도 있어

네 잘못이 아니고 네가 미안할 게 아닌 일이 있어


가끔은 생각해

늘 미안하다고 하는 건 지치지 않을까

남들에게 미안한걸까 자기 자신에게 미안한걸까


오지 않을 것 같던 끝이 저 멀리 보이고 있어

나는 늘 대단하다고 말했지

그게 얼마나 지치는 건지 나도 느껴본 적 있어


겁이 나지

이렇게 많이 이것저것 벌려놔도 되는 걸까

기껏 끝까지 했는데 이도저도 아닌 건 아닐까

끝이 시원섭섭하거나 달콤하지 않고

시간과 의무에 쳇바퀴처럼

빙빙 끌려다니다 내팽겨쳐지진 않을까

우선순위를 따지기는 커녕 허둥지둥

급한 일을 해결하느라 전전긍긍하다 마는 걸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행복은 사실 마음이 가볍고 편할 때나 찾아오는 걸

지금 감사함과 기쁨이 들어올 수 있겠어

이미 몸과 마음이 너무 바빠서 굳게 닫혀있는 걸


한 발짝 멀리 있는 내겐 같은 모습이 또다르게 보여

물론 완벽하게 만족할 순 없겠지

지금은 부끄럽고 작아보이겠지만

아마 금방 깨닫게 될거야

그 끝까지 다다르는동안

내쉬었던 한숨과

우울함에 지새웠던 밤낮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멋지고 커다란 모습을 만나게 될거라는 걸

설사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마저도 충분하다는 걸


지겹도록 기다리던 끝이 다가오고 있어

누구나 매순간 멋질 순 없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어

그 중에 나를 만족시키는 게 가장 어렵다지

같이 끝내도 좋지 않을까

너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미안해하는 것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가봐

끝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거야

끝에 선 너에게 말해줄거야


힘들었지, 고생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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