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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ve in Feb 25. 2019

어떤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하는가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친구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전시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에 다녀왔다.


이 주 전,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던 중에 마침 오늘이 작품 공모 당선 결과가 나오는 날이라며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가 스크롤을 내리다 “안 된 것 같다”라고 말하던 찰나, 작품 사진이 보였다.


애써 침착하고 앞으로의 전시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시작하려는 그의 앞에서 나는 더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이것 보라고, 잘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크게 웃었다. 친구의 기쁨을 진심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시 우리가 있었던 카페에서 판매하던, 한자로 ‘복’이 쓰여 있는 마스킹 테이프를 구입했다.

그 복 하나를 떼어 폰케이스에 붙여 주었다. 응원의 마음을 담아서.




그 후로도 우여곡절의 시간들이 지나고서야 마침내 전시 부스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부스를 꼼꼼히 둘러본 나에게 피드백을 해달라고 하는데, 지금은 너무 정신이 없다고 둘러댔다.

사실 제작 과정과 고민들을 지켜봐서인지 그 상황에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 사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는 이렇게 하면 또 어떨까,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긴 한다. 그건 나중에 얘기해 봐야지 -




전에는 이런 전시나 박람회를 가면 끌리는 것들만 보고 슥 지나치거나, 속으로 좋은 점과 아쉬움 점에 대해 판단을 하곤 했다. - 아무래도 이건 디자인 전공자들의 특성이지 않을까 싶다. 어딜 가든 크리틱을 하게 되는 것, 그래야 안목이 성장하니까. -


그러나 이제는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친구와 같은 입장이라는 생각에 괜히 애틋하게 보이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에서 만들어진 작품일지 가늠이 가니까, 한 번 더 관심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묻고 싶었다.


- 아쉽게도, 전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마감 30분 전에 겨우 입장할 수 있었던 내게는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




요즘은 디자인과 제작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그만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만 봐도 드로잉으로 굿즈를 만들고, 툴을 배워 영상과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디자인하며, 텀블벅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야말로 크리에이터들의 전성시대인 것이다.



그런 시대에서 디자인과 예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우리는 어떻게 입지를 다져야 할까?


모든 이에게 문이 활짝 열렸다는 것. 그 사실에 자극을 받더라도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단지 ‘그 열린 문을 통해 나아가고야 말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색다른 방식과 경험을 전달할 것, 단순 조형성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와 가치를 담을 것. 또 그 모든 것들이 본인의 무드와 일치되어야 진정성 있게 와 닿는다.


매 순간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놓는 이 세계에서, 시선을 끌고 또 지속할 수 있으려면 이런 요소들이 감각적으로 어우러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친구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복’ 자를 붙여주며 생각했던 응원의 말을 글로써 다시 전한다.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하는 것일지도 모를 말을.


충분히 너답게 잘하고 있고,

꼭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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