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시간, 보이지 않는 목줄

다르게 살아보려 애쓴 시간들

by 가을꽃나무

혼인이었던 시간은,

문서 한 장으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혼인 중인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은 시가에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고,

나는 언니 내외에게만 ‘위장이혼’인 척

연기를 해야 했다.


실제로는 법적 부부가 아니었지만

우리의 일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리모델링이 끝난 가게 안의 주거 공간에서

우리는 여전히 주말부부처럼 숨을 맞대고 살았다.

말하자면, 도장만 찍었을 뿐이었다.


남편이 이 지역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이 연극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시가와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건 아니었지만,

그는 타지에서 외로운 사람이었고,

그나마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대상은

언니 내외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연결고리를

그에게 남겨주기로 했다.

그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나의 가족’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지만,

나도 이해하려 애썼다.


나는 그 연극이 싫었지만,

가짜라도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결국, 진짜 이혼한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그 누구도 진실을 몰랐다.

나만이 모든 상황을 껴안은 채

감정과 진실을 삼켜야 했다.


거짓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말수가 줄고,

감정 표현이 줄고,

자기 자신마저 줄어든다.


그때의 나는

이혼녀도 아니었고, 아내도 아니었다.

진짜도, 가짜도 아닌,


‘사이 어딘가’를 연기하는 배우였다.


그러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말할 수 없는 나날 속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목줄이 다시 숨을 조였다.


그 목줄은 누가 맨 것도 아니었다.

결국,

내가 스스로 매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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