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작글
어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해도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문득 아이의 모습 속에서 ‘그때의 나’가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솔이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
토라질 때,
내 눈치를 보며 입을 삐죽일 때.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아, 나도 그랬구나.
그때 나는 그런 느낌이 있었구나.
기억이 선명하지 않아도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 덕분에,
나는 다시 배우고 있다.
솔이가 겪는 모든 순간이
‘아이였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요즘은 일이 많아져서 아이와 놀아주는 일이 쉽지 않다.
어제도 원고 마감 때문에 함께 놀아주지 못했다.
그랬더니 솔이는 팔짱을 끼고 문 밖에서
입을 삐죽이며 나를 힐끗하고 쳐다보았다.
‘엄마가 이쯤 되면 오겠지?’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 마음을 아는데,
나는 여전히 마감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짜증이 나고,
내 이야기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아이에게
괜히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솔이의 행동이 더 맞았다.
아직 겨우 네 살인 아이에게
어른의 이해를 바라봤던 건 나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어릴 때,
그런 대우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내가 받았던 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글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는 기록이다.
아이를 키우며, 나는 내 안의 아이를 다시 안고 있다.
그리고 매일 다짐한다.
“솔이는 다르게 자라야 한다.”
그 다짐이 곧,
나를 치유하는 문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