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소중함을 허락하는 일주일

by 가을꽃나무

집단상담 이후, 날씨만큼이나 감정이 무거워졌다.

강사님이 내게 하신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을꽃나무님은 소중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주일의 과제는

‘아주 편안하게 쉬기.’


그냥 쉬는 게 아니라,

정말 편안하게 쉬어야 한다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말이 잊히지 않았다.

나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고,

챗GPT에게도 물어봤지만

여전히 알 듯 말 듯했다.


‘왜 나에게 그 질문을 남기셨을까.’

그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생각과 질문을 던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주말 아침, 솔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주말은 늘 아빠와 보내는 날이라

우리는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길가의 낙엽을 밟으며 달리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하며 깔깔 웃었다.


어린이집 근처 공원에 도착하자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나온 아빠 한 분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함께 놀았고,

두 아빠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도이는 엄마 닮았죠?”


솔이 아빠의 물음에 도이 아빠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저를 닮았다고들 하세요.”


나도 도이 아빠를 보며 웃었다.

“그러게요, 도이가 아빠를 많이 닮았네요.”


그때 솔이 아빠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저희 아이는 보시면 바로 아실 거예요.

엄마 판박이에요.”


자신을 닮지 않아 서운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말투였다.


나도 웃으며 말했다.

“솔이가 요즘 키로만 다 가서 그런지

살이 빠지면서 아빠 닮았다는 말 자주 들어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어릴때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의 살이 찐 나는 엄마를 닮았지만,

결혼 전의 나는 늘

‘아빠 판박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그 기억이 오래된 상자처럼 열리더니

중학교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친구들에게 ‘못난이’라 놀림받던 그때,

집에 와서 “내가 아빠 닮아서 그래.”

하며 울던 나.


단지 얼굴을 떠올렸을 뿐인데

마음 한편이 천천히 식어갔다.


그 순간 알았다.

나는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 있었다.

아버지를, 오빠를, 그리고 그들의 그림자를.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가

늘 어려웠던 것이다.



아마 이번 주 과제는 못할 것 같다.

나를 진짜 편하게 쉬게 해주는 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어야 할 텐데,

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새로운 숙제가 생겨버렸다.



요즘은 몸에 열이 많아서 그런지

하나도 안 춥고, 딱 시원하니 좋다.

다른 때 같으면,


“날씨가 선선하니 좋네."

이렇게 말했을 텐데,


오늘은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나는 나를 대견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소중하다’는 감정과는 달랐다.


이제야 그 차이를 깨달았다.

그 사실이 실로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간다.

글을 쓰면 무언가 닿을 수도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도 별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본다.

책상 위, 각자 집중하는 모습에

콧웃음이 픽 난다.


오늘만큼은 그 물가에 더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한다.

내 마음을 지켜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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