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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Jan 29. 2021

둘아이아빠

악몽

  새볔에 눈이 떠졌다.

  불현듯 무언가를 해야된다는 스트레스가 몸을 훑고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입에선 건조한 단내가 느껴진다. 혀의 넓은 윗면이 입 천장에 닿아 침을 삼킬 때마다 단내가 난다. 잠시 잠을 추스리기 위해 눈을 비비며 앉았다. 눈을 뜨려고 하니 안구의 건조함이 느껴진다.

  영어단어를 와워야 한다는 압박감과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머리속에서 점차 지나간다. 아 그래, 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지, 더 이상 수능 공부를 안해도 되는 구나.

  

  그렇다. 나는 악몽을 꾸었다. 지독히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가방을 주섬주섬매고 보이지 않는 손에 목을 매여 지하철을 탔다. 종착지는 노량진. 월권 티켓으로 개찰구를 나오면 보이는 육교와 분주하게 영어 단어장을 들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지나간다.

  학원은 감옥 그자체 였다. 학원 입구에 출근 도장을 찍고 들어가면, 부모님의 허락 없인 저녁 10시전에는 나올 수 없는 감옥. 분명 내가 결정하고 내 스스로 들어갔음에도 목을 옥죄어 오는 감옥.

  새볔녘 나는 그 감옥에서 수능 압박을 받으며 더 많은 공부를 하지 못한 스트레스에 뇌가 폭발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던 찰나 눈을 떴고 입에서 느껴지는 단내와 함께 꿈이란걸 인지했다.

  양 다리를 벌리고 무릎위에 팔을 괴고 앉아 숨을 고른다. 발을 살짝 움직이려던 찰나 자동차 장난감이 발에 치인다. 꿈의 잔상이 점차 지워지고 뇌가 현실로 인지했던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찌푸린 눈으로 시계를 보니 5시.

  조용한 새볔이다. 현실의 공기를 파악하고 귀를 열어보니 아이의 방과 육아를 도우러 오신 장모님 방에서도 조그마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무언가에 홀린듯 악몽을 꾸는 듯하다. 아이의 방에 들어가 토닥거려야 되는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이내 신음소리가 멈춘다. 장모님 방에서도 중얼거리시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다시 조용한 정적.

  오늘은 나 뿐만이 아니라 다들 악몽을 꾸는 것 같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자면 악몽이 이어지기에 멍하니 앉아 있다.

  다행이다. 공부를 더 이상 안해도 되니 마음이 놓인다. 육아? 수능에 비하면 껌이었단 생각이 든다. 어제 잠시 육아로 아내와 조금 다퉜던 내 모습에 후회가 된다.

  과거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현실에 살고 있구나. 가려운 허박지를 긁적이고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다시 눕는다. 악몽이 이어지지 않길 바라며,

  다시 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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