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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Feb 10. 2021

둘아이아빠

뫼비우스의 띠

  우리집엔 수학적이나 언어학적이나 제3자의 관점에서 증명이 꼭 필요한 뫼비우스의 띠가 있다.

  무한의 띠. 직사각형으로 길게 종이를 잘라내어 동그랗게 만다. 양 끝에 풀을 칠하고 붙이면 안과 밖이 구분되는 띠가 완성된다. 안과 밖은 영원히 닿을 수 없다. 하지만 끝을 비틀어 풀을 붙이면 안과 밖은 이어져 있고 무한의 굴레가 생긴다. 이는 뫼비우스의 띠.


  한 판 붙었다. 결과적으론 쌀이 없어 저녁식사를 하지 못한 아내와 장모님 앞에 차돌박이를 굽고 비빔면은 볶아 내 놓았다. 한숨을 푹쉬면서 한두마디 하는 아내. 순간 폭발하는 내 뇌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너랑은 속이 답답해서 못먹겠다며 시작됐다.


  모든 부부의 싸움이 사소한 것으로 시작되어 크게 번지듯 우리의 싸움도 초가산간을 3시간에 걸쳐 다 태웠다. 어떻게 끝내야 할지도 모른체 무한의 싸움을 반복 했다.


  " 오늘 그래서 왜 그런건데? "

  " 오빠가 거짓말 했잖아. "

  " 답답하게 만드는데 어떻게 솔직하냐. 편하게 해주면 거짓말도 안해. "

  " 그래서 또 내가 다 원인이고, 다 잘못했다고? "

  " 너도 내가 다 잘못한 거처럼 말하자나. "


  닭이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 그래서 어쩌란 건데? "


  둘째는 자고 있었고 장모님은 첫째와 방으로 들어가셨다. 이성적으론 싸우면 안되는건데, 참아야 하는건데.. 오늘은 기필코 싸워 쟁취하겠다는 생각에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그만하자, 맨날 똑같잖아. 똑같은 얘기. 결론이 나지 않는 얘기. 지겹다 진짜. "

  " 오늘은 끝내야지. 7년간 반복한거 끝내고 다시 시작해야지. "


  누가 이겼는지 누가 졌는지도 모른채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고 어떻게 끝내야할지도 몰랐다. 아내가 장모님 핑계를 대며 나가면서 싸움은 끝이 났다.

  끝났다기 보다, 둘다 지쳐 중도 포기 했다.


  뭐 때문에 싸웠는지도 기억조차 안난다. 다만 무한 굴레의 뫼비우스의 부부싸움. 정말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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