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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Feb 03. 2021

둘아이아빠

권선징악

  세상엔 선과 악으로 구분이 가능할까?


가끔 생뚱 맞은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오늘도 그 중에 하나다.


  지금으로 부터 약 20년 전. 고등학교 3학년. 생물수업 시간. 담임 선생님이 가르치고 계셨다.

 지금생각해 보면 너무 선하기만 한 선생님이라 짖꿎은 아이들이 많이 괴롭히기도 하고 아이들은 아예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졸린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

  ' 아 피곤하다. 어? '

  기지개를 켰는데 엉덩이가 시원했다. 시원할 일이 없는데? 주섬주섬 엉덩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오른쪽, 왼쪽 엉덩이를 체크했지만 이상이 없었다.

  '뭐지?'

  다시한번 엉덩이를 스윽 훑는데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설마, 나는 괴롭힘을 받는 사람이 아닌데..


  내 뒷자리엔 약자에겐 양아치기질은 가지고 있지만 선생님 사이에서는 나쁜애가 아닌 애가 앉아있었다. 덩치가 크고 애들을 많이 괴롭혔다. 다만 선생님들은 공부를 그럭저럭 잘했기 때문에 평가가 후했다. 또한 여학생들에겐 웃긴말투와 장난으로 인기가  있었기에 담임선생님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전혀 몰랐다.

  그 친구가 주로 장난을 치는건 뒷자리에 앉아 교복 마이의 팔 실밥을 칼로 하나씩 튿어 내어 팔을 교복과 분리 했었다. 또한 엉덩이 부분이 훤히 뚫려있는 학생의자 사이로 바지 실밥을 튿었다.

  

  엉덩이 골짜기 사이로 튿어진 실밥이 만져졌다. 생각한 바가 현실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온몸에 피가 교실 시멘트 바닥으로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창백한 느낌. 내가 무슨일을 낼지 모르는 두려움과 그 친구에게 맞을 것 같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수업은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가슴이 답답해 숨을 거칠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후아... 후아.. '

  옆자리 짝꿍이 주먹을 움겨쥐고 있는 내손을 꼭 잡으며 나에게 속삭였다.

  " 왜그래? 무슨일 있어?"

  " 나 혹시.. 무슨 일 저지르면 너가 중간에 말려라. "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실내화를 고쳐 신었다. 이성을 잡고 있기엔 뇌에 피가 돌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 않고 거침숨만 들이쉬었다 내쉰다. 수업은 원채 거지같기에 듣는 아이가 없고 선생님도 아이들이 떠드는지 수업을 듣고 있는지 신경조차 안쓴다. 내 사전에도 선생님은 없었다. 선생님은 이미 뒷전이다. 이 사건을 해결해줄 용의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다시 한번 엉덩이에 신경이 쓰인다. 무언가가 계속 느껴지고 있었다.

  '계속 튿는구나.. 참자.. 참자.. '

  반에서 그 아이에게 반항이나 거절을 한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내 마음 한구석에도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난 그들과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되뇌었다. 옆에서 친구가 뭐라며 다독였던거 같은데 블랙아웃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혼잣말을 한다.

  " 무슨일 있으면, 꼭 말려. "

  그 순간.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선생님은 반장을 찾았고 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 순간. 내가 손에 꼭 쥐고 있던 샤프를 분질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나는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책상을 집어 들었다. 책상의 공책과 필통을 우르르 쏟아졌으며 책상 서랖에 공책과 교과서들은 내 머리위로 쏟아졌다. 뒤를 돌아보았다. 그 아이 얼굴을 보는 순간 두려움과 짜증이 뒤섞인다. 양손 높이쳐든 책상으로 집어던지려는 순간. 그 아이 뒤에 앉은 아이들이 보인다.

 짧은 필름을 늘려논거 같았다. 마치 1초가 100만분의 1로 쪼개진거 같이 내 머릿속 사진기는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순간순간을 찍어냈다.

  '나는 얘랑은 달라. '

  내 손을 떠나보내려던 나무책상선반을 꾹 부여잡고 책상을 지탱하던 책상다리를 그대로 그 아이앞을 내리쳤다.

  

  " 너가 사람이야?! "


  사람의 눈은 180도 전부를 보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날 교실의 공기며 담임선생님의 표정이며 박살났던 책상다리며 전부 내 뇌에 기억되어있다. 다만, 그 후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과는 권선징악 동화속 얘기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건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그나마 다행인건 맞지는 않았다. 주위에 사람들이 엉겨붙어 나를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내 짝꿍은 체육복 바지를 들고 나왔었다.


  그 후, 36살 동창 친구의 결혼식. 우연히 친구가 겹쳐있기에 마주칠걸 알았다. 결혼식에 안가려고도 했지만 내가 잘못한게 아닌지라 어깨를 쫙 펴고 갔다. 하지만 그 덩치큰 아이를 보았을 땐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고 말을 걸지 않고 타인처럼 보내길 바랬다.


  " 어? 오랜만이네.. "


  하지만 그 아인 나를 보자 마자 악수의 손을 건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손을 받아 악수를 했다.


  " 어.. 어.. "

  " 말하려고 했었어. 그 때 미안했다고.. 진짜 미안해. "


  그렇게 그는 자리를 떠나 저만치 멀리 앉았다. 나는 계속 그 친구를 응시했다. 분했다. 대학도 잘가고 취업도 삼성에 턱하니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정말 세상은 더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생 가지고 간 상처인데 그 아이에겐 몇초 되지않는 사과 한마디로 끝나다니 ....



  오늘도 아이를 재우려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내 손엔 동화책이 5권가량 들려 있다. 아이가 말썽을 부리다 호되게 혼나고 반성하는 내용들. 열심히 노력하면 나쁜 사람을 이기고 성공할 수 있는 내용들.

  읽어주는 내내 텁텁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엔 정의가 없고 신도 없으며 강한자만이 살아남는다는걸 내 아이들이 알게되면 얼마나 실망할까?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얼굴을 비비며 사랑한다 말한다. 앞으로 아이가 성장을 해가며 맞닿은 세상과 나쁜 사람들을 만나 나에게 함탄을 토로할 때, 지켜주겠다고 아빠만이라고 권선징악을 해결해 주겠다고 다짐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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