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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Feb 11. 2021

둘아이아빠

음식과 화해

  '부부 싸움은 칼로 물배기'

  어떤 의미로 쓰여진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분묭 어렸을 땐 어머니와 아버지가 싸우시면, 부부싸움은 아무 의미 없는 거며, 싸워서는 안되는거라 생각했다. 그런 의미로 쓰여진 속담이라고 여겼다.

  막상 결혼을 해보니 부부싸움은 의미없이 싸우는게 없다.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마냥 참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평생' 이란 단어가 끼어있기에 나 또는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바뀌아야 하는 부분이다.

  아내와 다퉜다.

 서로간의 배려가 부족했고 상대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 하는 바가 컸기 때문에 싸웠다.

  싸움의 주된 내용은 7년전이나 3년전이나 한달전에 다투었던 내용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다만 조금씩 변하고 있는 과정이 너무 더뎠고 너무 답답했다.

 다행인건 7년전의 싸움은 화해까지 7일이 걸렸다면 지금은 하루로 줄었다.


  ' 오늘 몇시에 끝나? '

  설 전이라 회사는 점심시간이 되자 퇴근을 권유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회사를 나왔다. 하지만 싸움이 진행 중이었던터라 집에는 들어갈 수 없었고 그렇다고 코로나 땜에 어디를 갈 수도 없었다. 차를 집 앞 테니스 장에 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트를 둘러보았지만 아직 사람이 없었다.

  차에 누워 의자를 쭈욱 뒤로 눞혔다. 혹시나 질식사를 할지도 몰라 보조석의 문을 살짝 열어 놓았다. 입고 있던 파카를 무릎 위에 얹고 잠을 청했다. 아내에게 카톡으로 연락이 왔지만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지 몰라 그냥 냅뒀다. 날씨가 따듯하지 않아 몸이 가끔 시려 잠이 깨기도 했지만 두시간을 내리 잤다. 어제 내 의견을 상기 시키느라 쏟아냈던 에너지를 조금은 회복 할 수 있었다.

 추웠던 곳에 오래 있었던 터라 몸이 으슬으슬했다. 테니스 코트엔 아직도 사람이 없다. 스트레스도 풀겸 조금 쳐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불가능인가 보다.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갔다. 음료수 하나를 잡고 계산대로 가는데, 한우 갈비가 세일을 했다. 아내가 떠올랐다. 한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내. 갈비탕을 끓여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 한움큼 샀다.

  '집에 들어가 아내와 마주치면 무슨말을 하지?'

 집에 오니 아이들과 아내는 없었다. 나간 것 같았다. 짐을 풀고 옷을 가볍게 갈아입고 이내 주방으로 들어섰다.

  한움큼 사온 한우 갈비의 핏기를 빼기 위해 큼지막한 바구니에 물을 받아 담갔다. 집에 있던 파를 총총 썰었다. 냉장실과 냉동실을 뒤져보니 대추가 있어 꺼내 놓았다. 더 넣을 것이 있나 찾다가 예전에 담가두었던 인삼주가 떠올랐다. 잘 싸여진 비닐을 풀어해치고 집게로 인삼을 두덩이 잡아 알콜을 털털 털어냈다. 혹시나 알콜 맛이 날까 물에 한번 씻어 냈다.

  샤워도 하고 어지러진 집을 정리했다. 한시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바구니에 담겨진 한우갈비를 건져내 냄비에 담고 끓이기 시작했다. 바글바글.. 불순물이 올라오면 건져냈고 기름이 올라오면 숟가락으로 조금씩 걷어냈다. 물이 쫄면 국자그릇에 물을 담아 부었다.

  한시간 정도 삶자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와 아이들, 장모님이 오셨다. 집안 가득히 퍼져있는 고기냄새와 삼, 대추 냄새에 장모님이 한말씀 하셨다.

  " 음식 한거야? "

  " 네네, 시장하시죠? 식사하세요."

  고기를 큼지막하게 굿그릇에 담아냈다. 후추를 뿌리고 소금을 넣고 총총썬 파를 담았다. 제법 맛있어 보였다.

  한상을 차리는데 부련듯 생각 들었다. 예전에 가정주부들은 이런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거나 화해를 했겠구나. 말로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지 못해도 정성껏 음식을 차리면서 상대방을 생각하며 만들었겠구나 싶었다.


  나도 그랬다. 미안하단 말을 건네진 못했다. 다만 걸쭉하게 끓인 갈비탕과 이쁘게 썰어놓은 김치를 보고 조금은 화가 풀리길 바랬다. 식탁에 아내와 장모님은 앉으셨고 나는 아이들을 돌봤다.

  " 이거 힘들었겠는데? 맛있네. "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아내도 이내 말을 한다.

  " 나 갈비탕 안좋아하는데, 조리퐁 먹으려고 했어. "

  뒷통수가 땡긴다. 화가 안풀렸으니 당연히 그럴 듯 싶었다.

  " 얘, 이렇게 해주는 사람이 어딨어. 먹어봐 맛있다. "

  장모님이 아내를 다독이며 식사를 권했다. 아내는 후루룩 숟가락으로 국물을 먹으며 식사를 사작했다.


  장모님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말이 잘 오가진 않았다. 다만 기름진 한우가 아내 목을 타고 넘어가며 내 화해와 사랑 또한 잘 전달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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