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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Feb 14. 2021

둘아이아빠

 귀신과 아이

  설 날. 처가 부모님을 제외한 동서와 형님 3가족이 간단히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아이둘은 장모님, 장인어른이 봐주시기로 했고 나머지 아이 한명은 재우고 그 집에서 마시기로 했다. 오랜만에 푸는 회포인지라 기대를 하고 갔다.

  아이를 맡기고 아내와 둘이 나와서 탄 택시. 오랜만에 들뜨고 가벼웠다. 동서네 집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 13층 아니야? "

  " 응 맞아. 왜? "

  " 13층은 왜 안 누르고 14,15,16층 하고 21층은 왜 누른거야? "

  " 어? "

 엘리베이터는14층을 향해 올리가고 있었다. 아내는 소름 끼친다는 듯이 놀라 엘리베이터 버튼을 보았다.

  " 나 13층 밖에 안눌렀는데? 귀신이 탔나봐. "

  엘리베이터 안엔 나와 아내 둘만 있었기에 누를 사람이 없었다.

  " 귀신이 어딨어. 잘못 눌렀겠지. "

  이내 잘못눌린 층들을 모두 취소하고 13층을 누르는 순간, 14층에 멈춰 문이 열렸다.

  " 오빠, 걸어내려가자. 무서워... 귀신이 14층으로 유도한거 같아. "

  " 괜찮아. 엘베타고 내려가자. "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혔고, 13층으로 내려갔다. 아내는 허겁지겁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처제 집 벨을 연신 눌렀다.

  " 빨리 나와봐. 무서워. "

  " 에이.. 귀신 없다니깐.. "

  처제가 문을 열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 애기 잔지 얼마 안됐어. 조용히 들어와. "

  집은 을씨년 스러웠다. 아이가 깰까봐 몇 개키지 않은 등과 다들 소곤소곤 얘기하는 분위기가 무섭긴 했다. 처제가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왔고 옹기종기 거실에 앉았다.

  거실엔 미끄럼틀과 아이의 장남감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내가 아까 엘리베이터에 있었던 일을 풀었다.

  " 있잖아. 너희 집 엘리베이터에 귀신있는거 같아. "

  " 그런말 하지마, 진짜 무서워. "

  조근조근 어두운 조명아래에서 얘기 하는 모습이 꼭 엠티에서 무서운 얘기를 나누던 모습이었다. 아내가 상황을 얘기하자 다들 소름돋아 했다.

  " 무섭다. 뭐지? "

  " 그러게.. 무섭다. "

  그 때였다.

  ' 두둑! '

  얘기하는 와중에 난 소리는 모두가 놀라기에 충분했다. 그 소리는 다행히 귀신이 아닌 배달음식이 집에와서 노크하는 소리였다.

  " 와 순간 진짜 무서웠어요. "

  " 와.. 진짜 깜놀.. "

  문을 열어 음식을 받아왔고 거실 탁자에 풀어헤쳤다.

  " 귀신 때문에 다들 놀란거야? 귀신 없다니깐.. "

  맥주를 들이키며 내가 아내에게 그리고 처제, 처형에게 얘기 했다. 그러자


  " 귀신인 줄 안게 아니라, 아이 깬줄 알았어. 에휴 다행이다. "

  " 그러게.. 귀신보다 아이 깨는게 더 무섭다 야.. "


  그랬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귀신보다 아이가 깨는 걸 더 무서워 한다. 그 날 우리는 웃음소리가 커지거나 얘기 소리가 커질 때마다 아이가 깰까봐 조심조심 얘기 했다. 다행히 새볔 3시 회포가 끝날 때까지 깨지 않아 즐겁게 마무리 했다.


 - 에필로그 -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였다. 아내에게 잘못 눌린 층들을 얘기하며 혹시나 내가 기댔던 등 뒤를 봤더니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버튼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등으로 누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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