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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Feb 18. 2021

둘아이아빠

감자튀김

  아내와 나는 집에 늦게 들아왔다. 저녁을 해먹기엔 시간이 늦었고 귀칞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모님께서 식사를 다 챙겨주셨다.

  " 햄버거 어때? "

  " 좋아. 난 빅맥. "

  아내가 햄버거를 사오기로 했고 그 사이 나는 아이를 씻기고 둘이 앉아 동화책을 읽었다.

  이내 곧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내가 뛰어 들어왔다.

  " 날씨 진짜 춥다. 빨리 먹자. "

  종이가방을 풀어 냉큼 햄버거부터 집어 들었다. 5살 짜리 꼬마는 그 사이에서 자기가 먹을게 있는지 찾았다.

  " 오! 예! 감자튀김! "

  아이는 감자튀김을 먹었고, 아내와 나는 햄버거를 먹었다. 워낙 햄버거를 좋아하기에 몇 입꺼리 되지 않은 햄버거는 금새 없어졌고 종이봉투 안에 있는 감자튀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 벌써 하나 다 먹었네. 우리 아기. 감자튀김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네. 이 것도 다 먹어. "

  아이가 하나씩 감자튀김을 하나씩 집어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제는 먹는 양도 꾀 되다보니 감자튀김쯤이야 금방 없어진다. 나머지 감자튀김 한꽉을 반쯤 먹었을 때 햄버거를 반쯤 먹은 아내가 말을 한다.

  " 첫째야. 많이 먹었지? 이제 그만~."

  첫째는 엄마가 못먹게 하자 봉투에서 감자튀김을 한움큼 쥐어냈다. 이내 손에 한가득인 감자튀김을 입에 쑤셔넣으려고 했다.

  " 갑자기 왜, 얘 체하겠다. 괜찮으니깐 천천히 먹어. "

  " 그 것 까지만 천천히 먹는거야~. 알았지? "

  아내는 아이 등을 두드리며 감자튀김을 먹는 걸 끝내려고 했다.

  " 아빠, 감자튀김 더 먹고 싶어요. "

  " 응응. 알았어. 먹어 먹어. "

  " 엄마도 먹고 싶은데, 다 먹을꺼야? "

  엄마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아이는 감자튀김을 다시 하나씩 집어 먹는다.

  " 에이... 설마, 아니지? "

  " 뭐가? "

  " 33살 엄마랑 5살 애기랑 감자튀김 먹고 싶어서 싸우고 있는거.. 내가 잘못 본거지? "

  " 아니, 감자튀김 많이 먹으려고 일부러 햄버거도 작은거 샀어. 이제 그만 먹자. 진짜 얼마 안 남았어. 엄마도 먹어야지. "

  감자튀김을 너무 많이 먹고 있는 아들에게 순간 진심어린 눈빛과 말투를 쏘고 있는 아내를 보았다.

  이런 순간이 벌써 오게 될 줄이야.. 결국 아이는 아빠 손에 이끌려 주스를 마시러 나왔고 감자튀김을 먹고 싶어하던 아내는 얼마남지 않은 감자튀김을 먹으며 툴툴댔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

 우리집은 남자아이가 둘. 아내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앞으로는 식성이 점점 많아 지는 두 아이에게 수많은 음식들을 빼앗겨야 할거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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