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둘아이아빠 Feb 18. 2021

둘아이아빠

유치원과 체면

  올해로 첫째가 유치원에 갈 5살 나이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2군데 중 고민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의 유치원이 오늘 오리엔테이션을 한단다.

  아내는 몇 일 전부터 달력에 날짜를 표기하고 이 날은 절대 늦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6시 30분. 남편들의 퇴근시간과 잘 물려있는 오리엔테이션. 아이의 유치원을 보기위해 조금 일찍 퇴근했다.

  " 다녀왔습니다. 여보 ~! 가자. 지금 가면 되겠다. "

  " 설마?! 그러고 갈려는거 아니지? "

  " 왜? 뭐가 잘못됐어? "

  "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인데 누가 파카를 입고가. "

  " 오늘 영하 10도가 넘어. 그럼 뭐 입어? "

  " 다들 아이 체면 때문에 이쁘게 입고 와. 셔츠도 입고 코트도 입고. 구두도 신고. 오빠만 파카 입고 올걸? "

  " 아무도 신경 안써. 빨리 가자. "

  " 입고 가. 어려운 부탁 아니잖아. "

  " 알았어. 뭐 입으면 되는데.. "

  옷이 정말 얇았다.. 나도 셔츠랑 코트가 이쁜건 알지, 근데 영하 10도에 바람도 많이 불던데, 꼭 이걸 입어야 하는지.. 옷을 들고 재차 아내를 쳐다 봤지만 아내의 눈에선 레이져가 나왔다.

  울며겨자 먹기로 평소에 잘 입지도 않는 옷을 차려입고 유치원으로 출발 했다.

  날씨가 진짜 추웠다. 차를 가져가서 다향이지 얼어죽기 땍 좋은 날씨 였다. 차를 잘 주차하고 유치원에 올라가려는데 엘레베이터 앞에서 흰 봉투를 하나씩 들고 있는 엄마들이 보인다.

  모든 엄마들은... 검은 색 긴 파카나 롱 패딩을 입고 있었다. 머리도 산발인 분들이 많았고, 회사에서 허겁지겁 온 엄마들도 보였다.

  " 다들 패딩이야.. "

  아내 옆구리를 콕 찌르고 소곤소곤 말을 건넸다.

  " 그 얘기 왜 안하나 했어. 조용히 하자 우리. 유치원에서 싸우면서 나오고 싶지 않다. 오빠가 늦어서 기분 얺짢음이야. "

  조용히 눈치만 보고 엘레베이터에 탔다. 아무리봐도 다들 그냥 왔다. 우리만 면접보는 차림이었다. 다만 내가 회사에서 조금 늦어 아무말 없이 옆에 서 있었다.

  6시 40분. 유치원 앞에는 엄마들이 분비긴 하지만 아직 많지 않았다.

  " 내가 말했잖아. 안늦었다고.. 6시 30분에 올 위인 얼마 안돼. 어떻게 다들 퇴근하고 딱 맞춰서 와. "

  " 경고다. 조용히 있자 우리. "


우리는 수많은 검은 패팅과 츄리닝, 출퇴근 일상복을 입은 사람들 속에서 코트와 정장을 입은채 그렇게.. 우린 면접을 봤다. 냅 백을 쓰고 온 사람도 종종 보였다.


- 에필로그 -

  아이를 잠시 봐주시기로 했던 이모님께서 가셔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 이제 가야할거 같은데? "

  " 오빠 먼저 들어가. 내가 차 타고 갈게. 알아서 가. "

  밖에 나와보니 정말 추웠다. 구두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엄청 뛰었다. 감기에 안걸린게 다행이다. 휴 ~


  

  

매거진의 이전글 둘아이아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