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둘아이아빠 Nov 30. 2020

소개팅전문가

남자사용설명서

아내에게 그리고 두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출근하는 아침.

카톡이 분주하다.

' 전화 가능하세요? '

지난 여름 소개팅을 해줬던 여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중간 보고를 받았을땐 결혼을 준비하는 걸로 들었는데, 무슨 일이지?

' 잠시만 ~ 차 타서 전화할께. '


32살. 어여쁜 외모. 중소기업 다님. 영등포구 거주.

두아이의 아빠로써 다른 사람의 연애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남이 어떻게 되던 내 삶에 영향을 안끼친다는걸 어느순간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커플을 넘게 결혼을 시킨 나로썬 무언가 미혼 남녀를 볼때면 반드시 결혼을 시켜야만 한다는 생각에 카운셀링은 잘 해주는 편이다.


' 오빠~! 있잖아요 남자는 다 그래요? '

' 어떤건데?'

' 아니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집 지원해주실거 같이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집값이 만만치 않으니 공동통장 만들자고 하고, 월세로 시작할거 같다고 말하고.. 막상 걀혼 진행하려니 걱정되서요. '

  요새 내 나이가 36살이다 보니, 소개팅 평균 나이가 높다. 30살을 넘긴 여자 아가씨들의 빠지지 않는 주제는 " 집 " 이다. 나는 이전에 다른사람에게 상담해줬던 내용을 그대로 해준다.

" 남자들도 불안해서 그래. 집 값은 집값대로 오르지, 부모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해도, 내돈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그래서 말했잖아. 어짜피 집 문제는 예식장이 잡혀야 정확하게 나온다고.. 지금은 그 누구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

" 저 결혼해서 월세에서 시작하면 어떻게 해요.. "

" 남자들도 똑같이 걱정하고 있어.. 쉽지 않으니깐.. 그래도 서로 불안할때 의지를 해주면 좋지."

" 돈 모으자는 것도.. 보통 남자들은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모든 다 투자한다는데.. 그것도 좀 걱정되서요. "


에그그... 결혼한지 6년차. 20커플을 달성시킨 듀오. 이렇게 묻는 여자들한테 나의 삶이나 결혼하고 난 남자들의 삶을 까서 보여주고 싶다.


남자사용설명서

1. 이래나 저래나 결혼하고 나면 집이며, 돈이며 식기구 이며 다 공동껀데 결혼전에 너무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특성상 결혼시 남자가 더 많이 투자한다. 이혼만 하지 않으면 다 자기껀데 왜케 따질까.

2. 결혼을 해야겠다면 남자가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는게 있더라도 다 알았다 하고 결혼 후에 바꾸자. 결혼 전에 합의 봐 봤자 다 휴지조가리다. 예를 들어 나도 주당 5시간의 운동시간을 합의봤었지만 지켜진바.. 한번도 없었다.

3. 너무 조건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20살 후반의 소개팅했을 때와는 달리 성공률이 점점 떨어져 간다. 너무 세밀한 조건부 결혼이다 보니.. 쉽지 않다.


생각 나는건 일단 요기까지. 전화로 나머지 조언을 이어 나갔다.

" 다 알았다고 하고.. 다 맞춰줘. 부모님 만나뵙고 나서 집 얘기 나오면 그때 듣고 결정했으면 해. 어짜피 남자 혼자 결정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거든. "


전화를 끊었다. 아침부터 씁슬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혼자 결정해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예전에는 집. 가구 같은 물질적인 것이었다면...

지금은 소소하지만 쉽지 않은 "시간.."


오늘도 허락 받지 않은 운동을 잠깐 할 수 있을까란 기대 감에 몰래 테니스채랑 운동복을 가방에 가져왔다. 빨리 퇴근하고 해야지. ~ 물론.. 눈치를 보면서 ㅎ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팅전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