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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Dec 07. 2020

소개팅전문가

결혼을 못할 치과의사

 이집트 여행 중 다합에서 만났다. 동갑내기 치과의사 친구.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5살.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위해 이집트 다합에서 일주일을 투숙했는데 거기서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저도 한국에 와서는 한달에 한번씩 이집트에서 만난 4명의 남자들끼리 만났다. 일명 이집트 모임. 처음엔 유럽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한두명씩 불러내어 음주가무를 하며 여행 얘기를 나눴다. 그 모임은 점차 두달에 한번로 바뀌고 시들시들해질 무렵 한 사람의 제의로 모임 때 마다 미팅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미팅에서 마지막 미팅을 할 때 즈음 현재의 사랑하는 아내도 만났다.


 여튼 치과의사는 매우 순수했다. 외모도 반반하고 생각도 그리고 마음 씀씀이도 괜찮은 공부 잘하는 의사 친구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의 순수한 마음이 조금씩 색이 바라게 된건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병원에서 인턴을 하면서 부터다.

  대학교병원 인턴은 매우 바쁜걸로 익히 들었다. 일도 해야되고 저녁엔 과제도 해야되며 논문까지 쓰는게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새볔 5시에 일어나는 건 기본, 야근 근무도 많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치과의사는 연애를 하는데 매우 분주했다. 시간도 없을텐데 언제 만나고 언제 데이트하고 언제 헤어지는지 원.. 인턴 전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 몇년씩 연애하는게 기본이었다는데 일주일에 연애 하나씩은 시작하고 끝냈다.

  친구의 마음도 점차 변했다.


'연애란 스킨쉽, 그리고 믿을 여자 하나 없다라는 것.'


그의 주관은 뚜렷했다. 그의 연애 폭주를 막기위해 괜찮은 이도 많이 주선을 서 봤지만 빨리 사귀고 빨리 끝내거나, 여자쪽에서 연애 자체를 거부했다.


 한번은 이집트 모임 친구들끼리 술을 한잔하고 있을 때다. 나 또한 결혼 하기 전, 우리 테이블 건너편에 이쁘신 분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자신감 충만한 치과의사가 주저함 없이 말을 건네러 가길래, '대단하다.' 싶었지만 이내 거절당하는 모습에 엄청 웃었다. 하지만 그는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다시금 그 테이블로 갔고, 주고 왔더랬다. ' 혹시 괜찮으시면 나중에라도 연락을 달라고.. ' 명함을 본채만채 하던 여자. 하루가 지난 후 치과의사는 연락을 받았단다.


 그런 사건들이 자주 일어났고 36살 개인병원을 차렸을 땐 유부남이 된 친구들과는 지낼 수 없을만큼 격이 벌어져 있었다. 지붕이 열리는 스포츠 자동차, 외제 시계, 그리고 헬스로 다져진 몸. 항상 여자친구들은 21살,22살, 연애인 준비생들이었다. 왜 의사 되기위해 열망해야되는지 알 것도 같았다.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흘러 아이를 키우면서 운동할 시간조차 없는 내겐 점차 부러운 마음보다는 친구를 잡아줄 정말 괜찮은 사람 없을까? 란 걱정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오래 머무를 사람을 못 찾는다는 건, 그 사람 또한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다. 먹어도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듯 어쩌면 사랑이 제일 고픈 이다.


 여하튼 지금도 그를 위한 그의 마음을 치료할 소개팅은 진행 중이다. 치과의사 친구는

'만약 결혼을 한다면 다른 이유가 아닌 효를 위한 것.'

 이라고 표방을 했다. 물론 다들 알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준 운명같은 이쁘고 착하고 능력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하게 되면 최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와 같은 마음에 일을 끝내고 가는 곳이 클럽과 술집이라면 만날 일이 없으며, 결혼은 물건너 간 것이다.

 소개팅은 진행 중이다. 물론 매번 사진과 능력, 나이를 제시해 줘도 성에 안차는 눈치다. 현재 그래서 만나는 여자친구는 없냐고? 아니 있는 것 같지만, 공식적인 관계는 아니라기에 그냥 웃어 넘겼다. 는 결혼이 가능하려나?


 갑자기 생각 나는 문구가 있다.

 ' 있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래, 아니 기적일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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