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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Dec 30. 2020

소개팅전문가

소개팅의 맛

  여자분과의 인연은 꾀나 복잡하다. 음.. 어디서부터 설명을 이어나가야 할지.. 그래.. 재수 때부터다.


  나는 노량진에서 스파르타식 재수를 했다. 아침 8시까지 등교를 해야 했고 저녁 10시가 되어야 집에 귀가 할 수 있는 학원이었다. 중간에 나가려면 부모님 허가서가 있어야 외출이 가능했다. 정말 무지막지한 감금생활.

  그 감금생활에서 같은 반으로 만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매우 성심이 착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 아쉽게도 성적은 노력에 비례하지 않았다.

  재수생활이 끝나서도 친구 관계는 이어 나갔다. 나는 운이 좋게 인서울권 대학을 친구는 의료종사를 하기 위해 대전에 있는 학교에 진학을 했다.

  21살, 첫 대학생활을 보내는 나이. 우린 서로에게 소개팅을 해주기로 했다. 친구는 너무 공부공부하고 착한 느낌인지라 정 반대의 친구를 해달라고 말을 했고, 그 친구는 같은 과 댄스동아리에 메인을 맡고 있는 사람을 해줬다.  

 댄스동아리친구는 우리보다 한살이 어렸으나 그때당시엔 학번이 우선. 이에 따라 친구와 말을 놓고 있었는데, 나와의 관계는 고민하더니.. 말을 텄다.

  그 때 당시엔 설치고 다니기나 했지. 연애를 제대로 해본적도 없었던 지라, 엄청 쑥스러웠다. 당연히 댄스동아리를 할 정도로 활발했던 그녀에겐 내가 성이 안찼겠지. 그리고 학교가 서로 너무 멀다보니 자주 만나기가 어려웠었고, 그렇게 6번을 만났었나? 우리사이는 친구로 남았다.

  그렇게 알게된 167의 키에 말투는 터덜터덜하고 젖살이 얼굴에서 아직 빠지진 않았지만, 댄스를 해서인지 몸은 마른, 모든 거침없이 도전적인 그녀는 자주 만나진 않지만 가끔 연락하는 친구가 되었다.


  남자는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다. 턱에 점이 있어 별명은 '점마'. 자존감이 높고 성격은 착한데 고약한 면이 있었다.

  우리 반엔 인기 많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옷도 깔끔하게 입고 머리도 매일 타이트하게 맨 스타일. 뿐만 아니라 착하기 까지해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친한 친구 중에서도 2명이 좋아했으며, 반 안에서는 10명이 넘게 좋아했었다.

  하루는 과학수업이었다. 담당 선생님께서 재밌게 수업을 이끌어 가는 타입이라  다들 졸지 않고 듣는 수업이었다. 수업 중 노트를 찢어 쪽찌를 누군가가 돌리고 있었는데, 선생님의 눈에 딱 걸렸다.


  " 이리 내. 어라? 내용 읽어줄게. 연애에 관한 얘기네. "


  쪽찌를 빼앗긴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제가 쓴게 아니라며 저항을 했지만, 교실은 벌써 난리가 났다.


  " 수연아. 뭐 먹고 싶은거 있어? "


  그 예쁜 아이의 이름이 호명대자,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 선생님. 여기에 하수연 좋아하는 사람 많아요! "

 " 그래? 그럼 손들어봐봐. 용기있는 사람이 미인을 취한다. "


  다들 웃고 난리인데,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손을 든 사람은 정말 용자 아닐까? 갑자기 누군가가 손을 든다. 교실엔 이구동성으로 소리가 난다.

  " 점마! 점마! "

그 손 이후에 4개의 손이 더 올라 왔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대신하여 평가를 해준다고 했고, 점마는 노래까지 부르며 자기 PR을 했었다. 하지만 수연이는 그 날 자기 PR을 열심히 했던 네명과는 다른 아이와 연애를 했다.

  내 친구 '점마'는 이런 친구였다.



  둘을 만나게 해준건 내 나이 28살 이었다. 점마는 대학생이 되자마자 점을 빼고 인서울권 대학교에 대학원까지 다니며 잘 살고 있었고, 여자친구는 빠른 취업과 동시에 용인에서 살고 있었다.

  정말 갑자기 점마와 술을 먹다가 전화번호를 넘겨주었고 소개팅은 성사되었다.


  소개팅 그 후 둘은 자주 만났다. 활발한 성격의 여자와 저돌적인 직구의 남자는 첫 만남부터 잘 맞았다. 시원시원한 서로간의 얘기는 탁 트인 연애를 완성시켜 주었다. 주로 야구 데이트를 무척 좋아했다. 맨날 7등만 하는 엘지를 응원하러 다니느라 매일 우울했을테지만 커피샵과 영화관을 오고 가는 데이트보다 몇만배는 낫기에 인연이 길게 이어 갈 것 같았다.


  8개월쯤 지났을 때, 나는 점마와 다시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 여자친구는 잘 지내?"

  " 아니, 헤어졌어. "

  " 왜? "

  " 아니.. 그 동안 해왔던 야구데이트들이 그녀한텐 지루했었나봐.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보러 다닌 거였대. "

  " 아 진짜? 취미가 달라서 헤어진거야? "

  " 그냥.. 뭐.. 내가 억지로 시킨거 같잖아. 헤어진지 1달 넘었어. "

  " 엥? 알았어.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

  나는 화장실로 가면서 여자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오랜만이야. 너희 헤어진지 1달 넘었다며? "

  " 너는 잘도 그런거 물어본다. 맞아. 오빠가 헤어지자고 하더라구. "


  '나랑 친구는 같은 나이인데.. 나는 왜 야고, 얘는 왜 오빠지.'여튼 말을 이어갔다.


  " 왜 헤어졌어? "

  " 아니 야구 좋아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했더니, 이제까지 거짓말 한거 아니냐면서.. 헤어지자고 하더라고.. 이 거 말고 사유가 더 있긴한데.. 말해 뭐해. 오빤 잘 지내? "

  " 얘는 아직도 너 얘기 해. 너 좋아하는거 같은데? "


  내 친구가 말하지 않는 사실까지 내가 말을 붙여 말했었다.


 " 아 진짜? 나.. 헤어지고 나니깐.. 야구 좋아하게 된거 있지? 친구랑 야구장도 막 같이 가자고 내가 먼저 그러고, 야구장만 가면 오빠 생각나. 나는 아직 좋아하는데.. "


  친구는 눈물을 훌쩍 거리면서 얘길 하고 있었다.


  " 아 그래? 잠시만 끊어봐봐. "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술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 너는 화장실에서 똥 만들다 왔냐? 왜 이렇게 오래 걸래."

  " 아니 됐고, 그래서 헤어진 애 아직 좋아해? "

  " 아예 끝났어. 그 날 싸웠을 때 겉잡을 수 없이 커져서 돌이킬 수 없어. "

  " 끝난게 아니라면? "

  " 뭔 소리야. "

  " 걔는 아직도 너 좋다는데? 야구장도 친구랑 가게 됐다고, 너생각 많이 난다고.. "


  친구는 그날 나와의 술자리를 마치고 그녀와 긴 통화를 했다고 한다. 물론 화해는 극적으로 이루어졌고, 그렇게 4개월 후 상견례를 했다.


  떨어졌던 커플을 다시 붙여놓았던 소개팅 건.

  처음으로 결혼식 사회자를 보게 되면서 덜덜 떨어가며 농담을 했지만 사람들이 웃지 않아 더 긴장을 했던 기억.



  그 둘은 지금 둘 아이와 함께.. 꽁냥꽁냥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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